충북지역 초등학생과 중·고생의 학원교습 시간을 오후 10시로 제한하는 조례가 충북도의회에서 결국 부결됐다. 조례안이 만들어진지 햇수로 3년만에 폐기처분되고 말았다.

도의회는 31일 제317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도교육청의 '충북도 학원 설립·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무기명 투표에 부쳐 찬성 10표, 반대 19표, 무효 3표로 부결시켰다.

투표에 앞서 박상필 교육위원장은 "학생들의 건강권과 수면권을 보장하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서는 조례안이 원안대로 처리돼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반면 김동환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 새로운 교육정책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현 시점에서 도의회가 이 조례안을 처리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도교육청이 2010년 3월 마련한 이 조례안은 초·중학생은 오후 11시, 고교생은 자정까지인 학원 교습시간을 초·중·고생 모두 오후 10시까지만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의회 교육위원회는 2011년 1월 이 개정 조례안의 부칙 ‘공포 후 3개월 뒤 시행’을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으로 일부 수정 의결했었다.

그러나 도의회는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처리를 미뤄 오다 이날 본회의에 상정해 투표로 부결시켰다.

이날 도의회가 조례안을 부결시킨 것과 관련해 도교육청과 학부모단체, 학원계의 희비가 교차했다.

도교육청은 학생들의 수면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한 조례안이 끝내 부결되자 아쉽다는 반응이다.

도교육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학생의 수면권, 건강권, 심야 시간에 범죄 위험으로부터의 보호와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제출된 조례안이 2011년 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음에도 부결돼 매우 아쉽다"고 밝혔다.

홍현숙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 회장도 "도의원들이 학원계의 생존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소수 이익을 위해 다수의 공익이 포기된 현 상황이 매우 개탄스럽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 학원업계는 도의회의 결정에 반색했다. 충북학원연합회 관계자는 “도의회의 이번 결정으로 학생들의 자유로운 학습권 선택이 가능해졌다”며 “일부에서 우려하는 학원비 인상은 연합회 차원의 노력으로 엄격히 금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