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가 오는 2월25일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행사 슬로건으로 정한 것은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이다. 그런 ‘희망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 박근혜 당선인은 차기 정부조직 개편의 큰 틀을 밝힌데 이어 청와대 권력을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경호실 등 3극체제로 분산-견제 시키고 각 실장을 장관급으로 보임키로 했다.

청와대 개편에서 특히 국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은 대통령 경호처를 경호실로 격상시켜 경호실장을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처우한다는 내용이다. 지난날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박종규·차지철 경호실장과 전두환 대통령 때의 장세동 경호실장이 휘두른 무소불위의 권력을 기억하고 있는 국민들은 위상이 다시 강화된 박근혜 정부의 경호실(장)에 ‘예사롭지 않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겠다.

1963년 12월 14일 대통령경호실법이 제정․공포 된 3일후 출범한 대통령경호실은 제1대 홍종철 실장으로부터 현 15대 어청수 처장에 이르기까지 각기 개성 있는 인물들이 경호실(처)의 장직을 수행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2대 박종규, 3대 차지철, 5대 장세동 등 3인의 경호실장이 대통령경호실을 호가호위(狐假虎威)의 권부(權府)로 만들었다는 역사의 평가를 받고 있다.

장관을 조인트 깐 ‘피스톨 박’ 박종규

사격을 좋아해 ‘피스톨 박’아라는 별명을 가진 박종규(1930. 5.28~1985.12. 3) 경호실장은 5.16군사 쿠데타를 거치면서 박정희 대통령의 경호실장으로 부임한 이후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 그는 비위가 틀리면 장관이든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가릴 것 없이 주먹질이나 조인트를 깠다.

‘피스톨 박’은 각하(박대통령)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 여겨지는 군 장성들이 대통령을 만나고 나오면 정강이를 발로차고 복부에 원투펀치를 먹였다. 그는 또 박 대통령이 서독 방문 시 경호실이 제출한 소요예산을 삭감하려 하자 총무처 차관을 호출하여 10여분 동안 구타했다. 김형욱 정보부장도 박 실장의 여비서를 간첩 혐의로 구속했다가 피스톨 박의 권총 위협에 “살려 달라!”고 항복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천의 해도 지는 법. 박종규는 1964년 5월부터 1974년 8월 15일 박정희 대통령 저격 미수 사건이 일어날 때까지 무려 10년 3개월 동안 권력을 휘두르다 육영수 영부인이 문세광의 흉탄에 타계하자 자진 사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올림픽대회조직위원회 부위원장직 등을 역임한 그는 55세 때인 1985년 12월 3일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호가호위 하다 김재규에 피살된 차지철

호랑이의 위세를 빌어 호기를 부린 여우의 대표적인 대통령 경호실장은 차지철(1934~1979)이다. 공수부대 대위 시절 5.16 군사쿠데타 시 박정희 장군의 경호장교로 활동한 것이 계기가 되어 정계에 입문한 그는 박종규 후임으로 1974년 8월 22일 제3대 대통령 경호실장이 되어 박정희 정권의 사실상 2인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다 1979년10.26사태 때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 의해 피살됐다.

차지철은 박 대통령 신변경호 차원을 넘어 ‘정권의 파수꾼’ 역할을 자임했다. 그는 자신의 방에 ‘각하를 지키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것’이란 표어를 부착해 놓고 스스로 경호실장 지위를 장관급으로 격상 시켰다. 그런 후 ‘대통령경호위원회’라는 특별 기구를 만들어 중앙정보부장, 국방장관, 내무장관, 검찰총장, 치안본부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을 위원으로 하고 자신은 위원장을 맡음으로써 권력 핵심 2인자 노릇을 했다.

차지철은 대통령 경호부대에 탱크․장갑차․헬기 등 사단 규모의 화력을 갖추었고, 민간인 신분인 경호실장이 수경사 병력을 지휘할 수 있도록 관련법도 제정했다. 그는 당시 경호부대인 30경비단의 연병장에서 ‘국기하기식’이란 행사를 거행하면서 국회요인․정치인․장관․군 장성 등을 수시로 호출, 참석토록 하여 위세를 과시했다.

위세를 떨친 전두환의 충복 장세동

1936년 전남 고흥 출신인 장세동은 충성심과 두뇌면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전두환 대통령의 최고 충복(忠僕)이다. 12.12군사 반란 당시 옛 수도경비사령부 30경비단장으로 전두환에게 협력한 장세동은 제5대 대통령 경호실장과 국가안전기획부장을 재직하며 제5공화국의 실세로 떠올라 노태우, 노신영과 함께 전두환의 후계자로 여겨질 만큼 위세가 대단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전두환에게 ‘의리의 돌쇠’라던 장세동도 1987년 6월 민주화 과정에서 박종철이 사망하자 그에 인책, 안기부장에서 사퇴했다. 그리고 그는 1996년 12.12 군사 반란과 5.18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되어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6월형을 받았으나 그 해 12월 사면됐다.

장세동이 1993년 이른바 ‘용팔이 사건’(통일민주당 창당방해사건)으로 9개월을 복역한 후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찾아가 “신고합니다. 각하! 휴가 잘 다녀왔습니다”라며 큰 절을 올린 일화는 그를 ‘의리의 사나이’-‘돌쇠’로 성가(聲價)(?)를 더욱 높였다는 호사가들의 전언이다.

국민들은 격상된 대통령 경호실을 주시할 것

이처럼 대통령 경호실(장)이 주군(主君)에 맹종하면서 권부로 행세하면 국정을 문란 시키고 최종적으로 국민들에게 피해를 준다. 그래서 국민들은 대통령 경호실의 권력화를 경계한다. 곧 출범할 박근혜 정부 대통령 경호실의 장관급 격상을 미심쩍은 눈으로 응시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차관급이던 대통령 경호실을 박근혜 정권이 장관급으로 높인 이유로 경호실 사기진작과 박 당선인 자신과 부모 ‘피습 트라우마’ 반영 등이 설왕설래 되고 있지만 국민들의 요즘 정서는 아직 “글쎄올시다”라고 하겠다.

대통령 비서실에서 독립한 경호실이 예산, 인사면 등에서 독자성을 갖고 운영되고 국민들의 안위를 책임 짓고 있는 경찰 총수는 차관급인데 이보다 높은 장과급인 경호실장이 “오로지 대통령을 위하여!”라는 명분으로 권력을 남용했을 시 초래될 사태를 국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하겠다. 대통령 경호실이 ‘경호원의 다짐’처럼 ‘국가원수의 절대 안전을 보장하는 충성스러운 대통령경호원’의 임무를 수행해야하지만 권력의 과도 사용은 철저히 자제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국민들은 경호실을 주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