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군, 주민 반대 이유 6년 세월 ‘허비’

주민들의 반대를 이유로 6년동안 시간을 끌며 소각장 재건립을 불허한 충북 음성군이 15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 직면했다.

한 폐기물 처리업체가 음성군의 불허로 소각장을 제때 짓지 못해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보게 됐다며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욱리싸이클링 오봉호(52) 대표는 2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음성군의 이해할 수 없는 처사로 소각장시설 재건립이 6년 동안 묶여 큰 손실을 봤다"며 "조만간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 대표는 서울의 한 회계법인에 의뢰, 이미 손해배상액까지 산출했다. 배상 요구 금액이 149억5천900만원에 달한다.

사업 지연에 따른 손실비 101억원, 소각장을 새로 짓기 위해 기존 시설을 철거한 데 따른 손해액 23억원, 이자 부담 15억원, 공장을 가동하지 못한 데 따른 운영비 손실액 7억원 등이다.

2006년 경매로 나온 음성군 맹동면의 한 소각장을 매입한 이 업체는 시설을 허물고 이듬해 1월 하루 처리능력 96t의 처리시설을 짓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원주지방환경청에 제출했다.

이미 환경청으로부터 `소각장 재건립 적정 통보'를 받은 뒤여서 큰 문제가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환경청은 "도시관리계획 결정을 받아 사업을 추진하라"는 단서를 달아 이 업체의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이런 조건부 승인은 음성군이 `해당 소각시설이 도시관리계획 결정 대상에 속한다'는 의견을 내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성군은 3년이 지나도록 도시관리계획 결정을 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기다리다 못한 오 대표가 2010년 5월 `해당 시설이 도시관리계획 결정 대상이냐'고 질의하자 음성군은 `국토계획법상 도시관리계획 결정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법률 검토도 하지 않은 채 기피시설을 막기 위해 고의로 시간을 끌었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는 것이 오 대표의 생각이다.

음성군은 오 대표가 이때 제출한 `폐기물처리업 허가기간 연장 신청'마저 수용하지 않았다.

음성군은 오 대표가 같은 해 9월 폐기물 처리시설 재건립을 위해 건축 허가를 신청하자 또 불허했다. 이번에는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적법한 절차를 밟았음에도 재건립 허가를 받을 수 없었던 오 대표는 음성군을 상대로 힘겨운 법정 싸움에 나섰다.

그는 2011년 1월 건축 불허가 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 대법원까지 가는 공방 끝에 지난해 9월 최종 승소했다.

해당 시설이 도시관리계획 결정 대상이 아니며, 오염물질 저감 방안을 제대로 갖췄음에도 주민 민원만을 이유로 불허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 사법부의 판단이었다.

법원의 이런 판결에도 음성군은 지난해 12월 또다시 `도시관리계획 결정을 받아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아 건축허가를 내주는 `몽니'를 부렸다.

오 대표는 "주민 반발만 의식, 사업자의 발목을 잡는 공무원들에게 진저리가 난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인허가를 받기 위해 외로운 싸움을 벌이느라 지난 6년간 큰 고통을 겪었다"며 "사업자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눈치 보기' 행정을 펴는 공무원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음성군의 한 관계자는 "불허가 처분은 지역 주민을 대기오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며 "지난해 12월 건축허가를 내준 만큼 소송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지만 소송이 제기되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