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내덕지구 우수저류시설 설치 공사가 주민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청주시는 22일 오전 10시께 굴착기 2대를 동원, 내덕동 옛 MBC 앞 도로 우수저류시설 공사를 시도했으나 이를 반대하는 주민 100여명이 실력 저지에 나서면서 무산됐다.

주민들은 굴착기 앞에 눕거나 '우수저류조 설치를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대치했다.

우수저류조 설치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신희선(62)씨는 "내덕지구가 상습 침수구역이 아닌데도 청주시가 허위 자료를 작성, 국비를 확보했다"며 "꼭 해야겠다면 침수구역인 옛 MBC 앞 하수관거만 정비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우수저류조는 악취와 해충을 유발하고, 내덕지구 상권을 파괴할 것"이라며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 만큼 시는 주민의사를 적극 수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곳에서 32년을 살았다는 이모(76·여)씨는 "집 앞에 물이 차면 우리가 먼저 설치해달라고 건의했을 것"이라며 "단 한 번도 불편함을 못 느꼈는데 왜 혈세를 낭비하면서 강행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발에 밀린 공사 장비가 철수하면서 이날 대치는 1시간여만에 종료됐다.

주민들은 우수저류시설 공사에 반대해 보름 전부터 이곳에 천막을 설치, 농성을 벌여왔다.

시는 시간당 100mm 안팎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침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국비 등 140억원을 들여 옛 MBC 앞 도로 지하에 2만ℓ 규모의 빗물저장 탱크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미 시공업체를 선정한 시는 최근 착공에 나섰다. 그러나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공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는 반대 주민들과 만나 우수저류조 설치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