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두고 가슴에서 커가는 /아버지 말씀을 듣고 싶다. /“너도 어른되어 아빠하면 알지...” /말이 그렇지 팔남매 손 벌려 다가설 때마다 /차츰 휘어지신 등허리 /어미소 큰 눈망울 /새끼 날 달 채워가면 아버지 말씀도 덩달아 부자./

필자의 시 ‘아버지 말씀’의 전문이다. 풍설(豊雪)을 군데군데 안고 있고 나목의 잔가지 사이로 미로찾기 같은 계사년을 맞았다. 다시 온 세상은 아니지만 뱀을 미화한 덕담들로 새해를 품는다. 만남을 새해로 함께 딛는 건 참으로 설렘과 축복이다. 어릴 적 해마다 이맘 때면, 동네에서 한참 거리인 사찰로 향하시던 어머니를 따라가 본 게 익숙해져 요즘도 불경의 도막도막 들은 풍얼로 읊는다. 공양이라야 쌀 3되 3홉였지만, 양초 한 개가 다 타들어가도록 무얼 그렇듯 빌고 비셨을까?

내가 초등학교 시절, 딱지와 구슬치기는 유일한 따먹기 놀이였다. 방과 후 놀이로 시작되면 땅거미 정도는 일과처럼 넘겼다. 아무 짝에도 쓸 수 없는 딱지였지만 횡재한 날은 양쪽 주머니가 불룩하니 백석꾼 큰 부자처럼 거드름까지 하늘을 찔렀다. 그러나 며칠 후 다시 빈털털이 될 때면 잠도 제대로 못 이룬채 복수의 날로 지샜다. 담임 선생님 눈치를 보며 숨기려 하면 “아니야, 그것도 공부니까 끈질기게 열심히 해봐”라며 오히려 웃음섞어 권장해 주시던 모습도 어린다. 구슬치기 역시 마찬가지였으나 유리구슬 틈으로 쇠구슬이 등장하는 세대교체 바람에 방앗간집 아들에게 완패하고 말았다. 중학교에 입학하니 재산처럼 모았던 딱지와 구슬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이었다. 동생까지도 물려받기를 거부했다. 신종 그림딱지와 고무공 탄생으로 놀이 문화가 바뀌는 과정이어서 애써 모은 구슬과 딱지를 버린다는건 파산같은 혼란이었다. 채우기와 버리기 학습을 일찌감치 마친 셈일까?

올해야 말로 새 대통령에 새 정부라는 기대가 먼저다. 그동안 수없이 보고 느껴온, 그러나 좀처럼 바뀔 줄 모르는 구태까지 군살 박혔다고나 할까? ‘맑은 가난이야말로 부(富)보다 훨씬 값지고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라’며 화분 하나마저도 사치라고 여겨 소유로 부터 자신을 잘라낸 법정스님의 지조가 우리 영혼까지 파고든다. 생각해 보면 부정과 부패에 대한 칼날이 예리할수록 비웃기라도 하듯 청렴지수가 낮은 어리석음을 되풀이해 왔다. 그러나 ‘있음은 없음 속에 있다’며 어두운 곳을 헌신과 봉사로 수호한 더 많은 사람 덕분에 마음 놓인다. 겨울 한 철 흰 눈 가득 만들어 소복하게 쌓아주는 자연의 모습도 나눔의 실천이리라. 서로 안을 수 있는 품, 사람에겐 궁합의 어울림이 머문 사람 냄새가 살아야 따스한 체온도 나눠지게 마련이다. 소위, 지난 18대 대선 공신들 역시 어떤 반사이익을 내려놓은 것과 대조적으로 선거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 또 다른 이는 연일 카메라를 따라 붙어 초점을 어지럽게 한다. 하기야 어디 대선 뿐일까?

서로 기살려주는 소통의 날이면 좋겠다

때만 되면 나타나 그 쪽으로 재미본 사람들의 먹잇감에 휘말려 국정 동력을 잃은 과거 정권의 낯 두꺼운 되풀이가 볼썽 사나웠다. 표 몇 장 건져 준 은인이랍시고 앉을 자리 설 자리 못 가린 채, 건정거려 ‘조사하면 다 나온다’는 유행어가 발 붙일 수 없기를 바란다. 진짜 중요한 건 당선자 자신 다듬기다. 교육·문화·경제·사회·정치를 어울러 너무 서두르지 말고, 너무 호들갑 떨지 말고, 너무 할퀴지 말고, 서로 기(氣)살려주는 소통의 날들였음 좋겠다. 바로, 지도자의 솔선을 주문한 채찍이다. 정말 ‘쿵’소리로 깜짝깜짝 놀라거나 기운 빼는 아이러니한 일 없이 화목한 세상 그거 만들자. 2013년 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