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무당을 ‘박수무당’이라고 부른다. 재미있는 것은 박수가 굿을 할 때다. 화려한 무인 복장을 입고 여자처럼 간드러진 목소리를 낸다. 민속학자들은 미남 소년들을 골라 여자처럼 예쁘게 단장시켰던 신라 ‘화랑’을 ‘박수’의 원형으로 보기도 한다.

제주도에서는 아직도 남자 무당을 ‘박수’ 혹은 ‘화랭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를 화랑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신라시대 화랑은 고난의 현세를 구원해 주기 위해 등장할 미래불(未來佛). 후세 민속에서 박수무당을 ‘화랭이’라고 부른 것은 이런 염원들이 의탁 된 소이로 풀이 된다.

어사 박문수가 전국을 암행했던 조선중기 박수무당의 실재를 알려주는 고사가 있다. 박수무당이 과년한 딸의 혼수 장만을 위해 마을 사람들을 속이던 도깨비불 소행을 어사가 밝혀내 백성들을 구해 준다는 일화다. 일부 고관대작의 집에는 얼굴이 고운 남자 박수를 여자처럼 분장시켜 규방에 드나들게 해 길흉을 점쳤다는 일화도 있다. 이런 추문이 발각 돼 사녀들이 국문을 당하고 이혼을 당하는 일 까지 있었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무당에 대한 역사기록은 언제 부터일까. 삼국사기를 보면 신라 미추왕(味鄒王) 대에는 공주가 앓자 무당에게 약을 구했고, 고구려에서는 차대왕(次大王) 산상왕(山上王) 시기에 무당이 길흉을 판단했다는 기록이 있다. 백제에서도 의자왕(義慈王)이 무당을 불러 꿈에 나타난 만월(滿月)을 해석하기도 했다.

고려 무인정권시대 장군 이의민은 성질이 과격하고 무지하였는데 무당을 신봉했다고 한다. 그는 고향 경주 집 사당에 나무로 만든 귀신상을 모셨으며 사람들이 그것을 ‘두두을(豆豆乙)’이라고 불렀다. 이의민은 날마다 귀신상에 제사하면서 자신의 복을 빌었으나 끝내는 최충헌 일당에게 목이 잘리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궁중 여인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무당과의 관계. 오히려 백성들보다 더 치열하고 극성스러웠다. 선조의 비 인목대비가 궁중에 무당을 끌어들여 온갖 굿과 저주를 일삼았다는 고사는 너무 유명하다.

숙종 때 장희빈은 신당을 차려놓고 인현왕후가 죽기를 기도하다 발각돼 사약을 받았다. 훗날 아들이 왕위에 올랐지만 희빈 장씨는 그 영화를 보지도 못하고 죽은 것이니 수단 방법을 안 가린 무당굿과 저주가 모두 허사였던 셈이다.

조선 말 비운의 명성황후는 궁중 대소사를 점이나 굿으로 해결하곤 했다. 그런데 황후는 이성녀라는 무녀를 만난 이후부터는 더욱 집착했다고 한다. 명성황후는 이성녀에게 진령군(眞靈君)이란 작호를 내렸으며 많은 금은보화까지 하사했다. 황후도 온갖 굿에 정성을 다한 보람도 없이 조선왕비중 가장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진천지방의 성행했던 무속을 알려주는 대목이 나온다. 매년 3월 3일부터 석가탄생일인 4월 8일까지 진천군에 위치한 ‘소두머니(牛潭)’에 여자들이 무당을 데리고 몰려들었다. 여자들은 삼신당(三神堂)에 가서 득남기도를 하는데 흡사 시장을 방불했다는 것이다. 무당들이 천시를 받은 유교사회이지만 일반 생활 속에 무속신앙이 깊이 자리 잡았음을 알려준다.

지난해 모방송국에서 방영한 ‘해를 품은 달’은 40%시청률을 보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무당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성공한다는 공식을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최근 개봉한 영화 ‘박수건달’도 2백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고 있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혹세무민 불행사 아직도 극성 

아직도 서울 시내 신촌과 대학로 등 골목마다 점과 무당 혹은 신령보살집이 넘쳐나고 있다. 일반이 귀신을 쫒는 무당굿을 하려면 기본이 500만원, 심지어 1억원까지 요구한다고 한다. 무속인의 꼬임에 빠져 가정이 파탄되거나 수천만원을 잃었다고 경찰에 고소하는 이들도 있다.

화성에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현대에도 혹세무민의 불행사가 에스컬레이트 하게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노력하지 않고 성공을 얻으려거나 미래를 요행에 맡기려는 나약한 이들이 많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인가. 지혜롭지 못한 풍속은 빨리 추방해야 할 악습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