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청 홈페이지 ‘열린 군수실’에 들어가 보면 정상혁 군수를 ‘주말·공휴일 없이 출근, 군정을 살피는 철인 군수’라고 표시하고 있다. 매월 첫째 셋째 주말에는 선진지 견학, 매월 둘째 넷째 주말에는 민원 상담 등을 실시하면서 보은군 발전에 혼신의 힘을 다해 왔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런 ‘일벌레 군수’가 보은군 의회 이달권(현 의장), 박범출(현 부의장), 이재열(전반기 의장) 의원 등 3명과 함께 주민소환투표대상자로 지목, 서명부 작성이 진행되고 있어 찬반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요즘 보은 지역사회가 분열의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보은에 LNG복합화력발전소를 설치하려는 정상혁 군수 및 찬성 주민과 이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 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사정을 요약해 보면, 정 군수는 지난해 삼승면 보은 첨단산업단지에 LNG화력발전소를 유치하기로 하고, 보은그린에너지(주) 명의의 법인을 설립, 지식경제부에 LNG복합화력발전소(이하발전소) 유치 의향서를 제출했다.

보은군이 발전소를 유치하면 2014년부터 4년간 1조원이 투입, 보은첨단산업단지 내 16만 5289㎡에 설비용량 830mw 규모의 LNG복합화력발전소가 건설된다. 이와 함께 협력업체 직원 등 1500여 명의 인구 증가 가능성과 공사기간 중 연인원 20만 명의 현장인력 수요로 인한 주민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보은군은 이밖에도 발전소 완공 후 30년간 정부로부터 매년 35억 원의 지역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전기다량소비 기업의 보은 유치에 청신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삼승면 주민을 주축으로 한 보은LNG발전소 유치 반대투쟁위원회(이하 반대투위)는 발전소가 유치될 경우 발전소 냉각탑에서 하루에 내뿜는 9600t의 수증기 때문에 환경오염은 물론 인근 농작물 생육이 지장을 받고 병해충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며 강력한 반대운동을 펴고 있다. 반대투위는 군수 등의 낙마를 겨냥, 주민소환투표를 성사시키기 위한 주민서명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자 정 군수의 발전소 유치 방침에 찬성하는 주민들의 거센 반격이 반대투위를 압박하고 있다. 이 지역 젊은이들로 구성된 LNG발전소유치추진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발전소 건설은 침체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젊은 층의 취업기회도 확대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대한노인회 보은군 지회 등 31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보은군통합사회단체연합회’도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1일 경기도 안양·분당LNG발전소를 직접 찾아가 확인한 결과 환경파괴 등이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군수 등 통 큰 리더십으로 지역분열 해소해야

발전소 유치를 둘러싼 찬반 갈등이 심화되자 보은군 의회 이달권 의장과 의원, 보은지역 사회단체장, 이장협의회원, 반대투위 등 72명은 지난 11일 2개 팀으로 나뉘어 경북바이오산업단지 내 사과주산지인 안동LNG천연가스발전소 건설현장과 LNG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는 안양·분당 열병합발전소를 견학했다. 안양발전소 당국자는 당일 보은 인사들에게“발전소로 인해 인체에 영향이 있었다면 23년여 동안 발전을 할 수 없었을 것이고, 지금까지 주변의 대단위 주택단지에 수증기나 오염물질 등으로 인해 기관지 염증·아토피 등 건강상의 문제 제기나 여타 민원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현장 견학에도 불구하고 반대투위의 자세는 누그러지지 않은 채 군수 등에 대한 주민소환투표 서명활동이 계속되어 찬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그런데 반대투위의 주민소환투표 성사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주민소환투표에 부치려면 보은 군수는 각 면에서 유권자의 15% 이상, 군 의원들은 각 지역구 면에서 20% 이상 유권자 서명이 있어야 한다.

소정의 서명을 받아 주민소환투표가 실시된다 해도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이상이 투표에 참가해야 개표를 할 수 있다. 그런데 투표율 미달로 개함조차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2006년 5월24일 법률 제7958호로 ‘주민소환제에관한법률’이 제정, 2007년7월부터 시행된 이후 주민소환이 이루어진 것은 경기 하남시의원 2명뿐이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청구는 2009년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 지사 등 6번 있었으나 모두 무산됐다. 그만큼 투표율을 올리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따라서 보은 반대투위의 앞길도 낙관불허인 가운데 찬성 측의 켐페인도 가열되고 있다.

이처럼 발전소 유치를 놓고 보은 지역사회가 분열을 계속하면 그 피해는 결국 전체 군민들이 입게 되는 ‘보은 자해행위’로 전락한다. 따라서 이같은 사태를 빨리 종식 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 군수와 군 의회가 통 큰 리더십을 발휘, 반대투위와 함께 보은군 발전 차원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유망한 업체 유치에 목말라 있는 보은 지역사회의 여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찬반 양측은 대승적 견지에서 무엇이 보은 주민을 위한 길인가를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