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비(下馬碑)는 글자 그대로 말에서 내리라는 경고를 새긴 비석이다. 신분의 고하를 따질 것 없이 무조건 하마비 앞에서는 비에 새겨진 명을 따라야 했는데, 태종 13년인 1413년, 종묘와 대궐문 앞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표목(標木)을 세워놓은 것이 하마비의 시초였다.

이렇게 시작된 하마의 표목은 그 후에 왕후장상이나 성현은 물론이고 명망 있는 귀인의 출생지나 분묘 근처에도 세워지게 됐다.

하마비에 적혀 있는 글귀는 '대소인원개하마(大小人員皆下馬)다. ‘모두 말에서 내리시오’라는 단순한 글귀를 새긴 비 앞에서 말 탄 사람이 말을 내려 잠시 볼일을 보러 가면 마부들은 주인을 기다리며 끼리끼리 모여 잡담을 나누곤 했다. 대체로 그들의 상전이 벼슬아치였는지라 이야기의 내용이 주인의 진급이나 인사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여기서 '하마평'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하마비 앞에서 나누던 세평이 관리의 인사이동이나 임명 등에 관한 풍설을 의미하는 용어로 굳어진 것이다.

해가 바뀌면서 정가와 관가의 하마평이 언론매체마다 떠들썩하다. 자리에 힘을 보태주려는 것으로 오해를 살만한 노골적인 하마평도 있고 당사자의 의중을 떠보기 위해 넘겨짚는 기색이 역력한 하마평도 눈에 띤다.

그 중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것이 이기용 교육감의 내년 '지사출마설‘이다. 항간에 교육감의 지사출마설이 피어오른 시기는 언론에서 적극적 관심을 표하기 전인 지난해 말부터였다. 지금은 합의가 이루어진 사안인 무상급식 예산 분담에 대한 충청북도와 충청북도교육청의 날선 공방을 지켜보던 주변인들 사이에서 교육감이 차기 지사 출마에 뜻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예측이 나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교육감이 전체 교육청 예산 비율에 비교하면 거의 껌값 수준인 초과 분담액에 대해 양보 불가의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 까닭이 다음 지방선거의 지사 출마를 생각한 정치적 포석이라는 추측들이 여기저기서 고개를 들었다.

눈덩이처럼 커져버린 추측성 출마설

떡은 돌리면 이놈 저놈의 손을 타 형편없이 양이 줄지만 말은 돌아가면 눈덩이처럼 살이 붙기 마련이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 탓에, 교육감은 농담으로도 정치적 속내를 보인 적이 없지만 ‘그렇지 않을까’로 시작된 입방아는 ‘그럴 수도 있겠다’로 금방 부풀려 졌다.

소문은 이시종 현 지사에 맞설 유일한 대항마로 새누리당에서 이기용 교육감을 ‘1순위 지사 후보’로 밀고 있다는 정도로까지 발전했다. 따지고 보면 현 지사에 겨룰만한 지사 후보감이 새누리당 측엔 없는 상황인지라 소문은 더욱 설득력을 갖게 돼 버렸다.

뜬금없는 소문에 교육감은 매우 곤혹스런 표정이다. 최근 지역 방송과의 대담에서 도지사 출마설과 관련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공격적인 질문에 "교육 외에는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쳐다보지도 않았다"며 적절히 답변을 회피했다.

이 같은 교육감 발언에 대한 언론의 이중적 보도태도는 대중의 판단을 더욱 흐리게 한다. 지사출마설을 공식부인 했으며 관심조차 없다는 기사 뒤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는 아리송한 해석을 슬쩍 끼워놓고 있는 것이다.

교육감의 확실한 의사가 어떤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임기가 아직 일 년 반이나 남은 상태에서 지역 정가를 흔드는 도지사 출마설로 인해 교육감의 심기가 편치 않을 듯싶다. 주인이 잠시 말에서 내린 사이 주인의 흉중을 더듬고 뒤 짚는 마부들의 잡담이 도를 넘고 있는 상황이다, 빨리 말에 올라 남은 길을 재촉해야 입방아질도 잠잠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