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신 장사를 하는 큰아들과 우산(또는 나막신) 장사를 하는 작은아들을 둔 엄마 얘기는 세상살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엄마라면 비가 오면 큰아들, 날이 맑으면 작은아들을 걱정하느라 평생 걱정이 떠날 날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두 아들이 하는 일이 달라지지 않는 한 그렇다.

이처럼 자연현상도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좋고 나쁨이 상반되기 마련이다. 겨울철 추위도 그렇다. 혹한이 빨리 올수록 겨울용품 장사는 신바람이 나겠지만 노숙인은 걱정이 태산일 수밖에 없다. 겨울용품 장사와 노숙인의 처지를 함께 고민하면 짚신 장수와 우산 장수 아들을 둔 엄마처럼 피곤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 공약으로 청주공항 활성화와 가덕도 신공항을 내세웠다. 박 당선인이 내건 굳이 1호 개발 공약을 꼽자면 동남권 신공항 건설 재추진을 들 수 있다. 동남권 신공항은 MB정부 들어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이 후보지 선정을 놓고 경쟁했지만 2010년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둘 다 보류시켰다.

사실 동남권신공항은 정치적 산물이다. 참여정부 후반기에 부산·경남 지역에서 신공항건설을 해달라는 집요한 로비가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인데도 백지화했다. 게다가 대구·경북에서는 '남부권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며 경북 영천 등을 새 후보지로 거론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산이 '가덕도 우선 용역 시행과 결과 승복' 카드를 낸 데 이어 경남 쪽도 상생 해법을 찾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최근 "신공항의 부가가치 유발액이 20조 원에 이른다. 입지를 놓고 부산과 붙더라도 옵션을 갖고 붙어야 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신공항 추진은 기정사실화 된 상황이다. 정부의 포기로 추락했던 신공항은 대선과 함께 부활했다.

동남권 신공항 바람은 청주공항의 미래를 안갯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청주공항에 대한 중앙정부의 투자나 관심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2009년 3월 전국 지방공항 가운데 유일하게 민영화 대상 공항으로 뽑혀 운영권 매각을 추진해 왔던 청주공항은 그동안 부활의 날갯짓을 해왔다.

국제노선 확대를 위한 활주로 연장, 북쪽 진입로 개설 등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왔다. 충북도는 세종시, 대전·충남 등 충청권 자치단체와 ‘청주공항 활주로 확장 공동 협력서’를 교환하는 등 공항 활성화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이 만들어지면 청주공항의 활용도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충북지역 대선 공약으로 청주공항 경쟁력 강화를 내세웠지만 신공항이 건설되면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된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공항이 세워지고 활성화되려면 2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예상했다. 충북은 이 기간 안에 청주공항에 대한 최대한의 지원을 이끌어내 신공항에 휘둘리지 않는 공항으로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맡게 된 셈이다.

청주공황 활성화 약속 이행해야

지금 우선 대형 화물항공기를 수용할 수 있는 활주로 연장이 필수다. 하지만 KDI 조사에서는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성이 0.5을 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각종 사업을 추진하면서 편익성이 0.8 이상이 돼야 투자를 결정했다. 그 만큼 사업성이 없다는 얘기다. 지금 상황으로는 활주연장이 쉽지 않다.

결국 활주로연장이 실현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청주공항이 살아남을지, 도태될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이 청주공항 활성화 지원을 주요 공약으로 내놓았다. 박근혜 당선자는 ‘약속대통령’이란 네임이 따라 다닌다. 충북은 물론 충청권 주민과의 약속을 위해서도 청주공황활성화 약속은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두 공항을  놓고 박근혜 당선자는 짚신장사와 우산장사를 둔 두 아들 처지 일 것이다. 청주공항활성화를 위한 첫 관문으로 활주로 연장에 손을 들어줄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