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계사년(癸巳年) 뱀띠해가 밝았다. 자연절기로는 2월4일 입춘(立春)을 한해의 시작으로 삼지만 일반적인 달력에서는 1월1일 신정(新正)을 새해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매년 1월1일이 되면 새해가 밝았다고 하는 것이다.

계사년의 천간 계(癸)는 오행이론상 물(水)을 의미하고 또한 색깔로는 검은 색(黑)을 의미하기 때문에 지지의 뱀(巳)과 결합하여 2013년을 “흑뱀의 해”라고도 부른다. 작년 임진년(壬辰年)을 “흑룡의 해”라고 부른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렇다면 십이지(十二支) 동물 중 과연 뱀(巳)이 상징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뱀은 동서양을 불문하고 언제나 신화적이고 전설적인 동물로 등장하는데, 서양의 성경에서는 아담과 이브가 뱀의 꼬임에 빠져 선악과를 따먹고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한 신화가 전해지고, 동양의 사기(史記) 삼황본기(三皇本紀)에서는 중국 신화 속의 인물들을 뱀과 연결시켜서 복희(伏羲)와 여화(女禍) 모두 뱀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도 뱀과 관련된 기록이 있는데, 신라 제48대 왕인 경문왕(景文王)에 대한 설화이다. 특히 경문왕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동화로 더 잘 알려진 임금이지만, 삼국유사에 따르면 경문왕은 밤마다 뱀이 득실거리는 침실에서 뱀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이외에도 뱀은 놀라운 번식력과 불멸의 생명력 등 긍정적 의미로 상징되기도 하고, 액운성(厄運性)과 사통성(私通性) 등 부정적 의미로 상징되기도 한다. 또한 뱀은 스스로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난다는 뜻에서, 육신의 고통을 벗고 정신적 성장을 가져온다는 의미로 상징되거나 지나간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창조한다는 의미로 상징되기도 한다.

사주명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는 십이지(十二支)의 순환원리상 뱀은 하루 중 사시(巳時, 09:31~11:30)에 해당하고, 일 년 중 사월(巳月: 음력 4월, 양력 5월)에 해당한다. 이는 양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육양지처(六陽之處)의 시기를 의미하는데, 자월(子月) 동지에서 시작된 양기가 사월(巳月)에 이르러 최고에 달하기 때문이다.

하루 중 사시(巳時)는 태양이 중천에 떠올라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춰주는 시간에 해당하고, 일 년 중 사월(巳月)은 만물이 자신의 모습을 한껏 드러내며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계절에 해당한다. 그리하여 뱀의 해나 뱀의 달에 태어난 사람들은 공공성과 사회성 및 권력성(무기성)과 역마성 등을 갖는 직업에 적합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 뱀의 동면은 결코 무능해서거나 비겁해서가 아니라, 대자연의 질서에 순응하기 위한 혹독한 시련에 살아남기 위한 삶의 지혜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뱀의 형상보다는 한겨울이 되면 자신의 몸을 낮게 웅크린 채 오랜 시간동안 동면(冬眠)의 세월을 보내는 인고의 기다림, 침묵의 속성에 더 주목하고 싶은 것이다. 뱀의 동면은 결코 무능해서거나 비겁해서가 아니다. 대자연의 질서에 순응하기 위한 혹독한 시련에 살아남기 위한 삶의 지혜이다.

주역(周易)에는 용과 뱀의 칩거 즉 용사지칩(龍蛇之蟄)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영웅호걸도 때를 기다리려면 뱀이 동면을 하듯 잠시 칩거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이다.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들 역시 자신이 처한 현재의 상황에서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는 사족이 필요 없다. 과감히 나아가고 물러서는 것이 중요하다. 본래 사족(蛇足)이란 말은 ‘필요 없는 것’을 의미한다. 옛날 중국 초나라에서 여러 명의 젊은이들이 술잔치를 벌이던 중 술이 부족해지자 땅 위에 뱀의 모습을 가장 빨리 그린 사람이 그 술을 마시기로 하였다.

젊은이 중 한 사람이 가장 먼저 뱀을 그리고 나서 “자, 이제 술은 내 차지다”하면서 술통을 자기 앞으로 끌어당겼는데, 자세히 보니 그 젊은이가 그린 뱀에는 다리가 달려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건 좀 곤란한데”라고 말하는 사이 다른 젊은이가 보통의 뱀의 모습을 그리고 나서 재빨리 술통을 빼앗아 갔다고 한다.

이는 필요 없는 것을 덧붙이면 애써 얻은 것도 쓸모없게 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뱀띠의 해를 맞아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은, 각자의 인생사계절을 잘 판단하여 겨울이 왔다 싶으면 과감히 물러나고 꽃피는 새봄이 왔다 싶으면 과감히 나아가란 말이다. 아무런 사족도 필요 없이. 그건 무능해서도 비겁해서도 아닌 삶의 지혜이기 때문이다.

2013년은 ‘민생 대통령’을 기치로 내걸고 당선된 박근혜 제18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새롭게 임기를 시작하는 해이다. 정치적으로는 여당과 야당, 경제적으로는 서민과 부자, 사회적으로는 2030세대와 5060세대, 이념적으로는 진보와 보수, 지역적으로는 영남과 호남, 국가적으로는 남한과 북한 등 모든 이해갈등 집단들이 올해는 서로의 몸을 휘감고 있는 한 마리의 뱀처럼 통일된 한 몸으로 거듭나길 간절히 바란다.
 

다원미래예측연구소장, 전청주대교수
(법학박사/명리학박사수료)
010-4533-0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