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한우만을 판매한다며 야심차게 개장했던 ‘청남대 한우 거리'에서 경상도와 전라도산 고기를 대량 유통했다고 한다. 더구나 타지에서 들여 온 고기를 청원산인 양 유통시킨 업체는 청남농협 문의지점이었다. 농협에서 직접 고깃간을 운영한대서 틀림없는 지역 한우려니 믿고 찾았는데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꼴이다. 그것도 아주 세게 말이다.

골이 흔들리는 더러운 기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청남대 한우가 청남대 한우거리에서 팔고 있는 한우일 뿐, 절대 물량이 지역에서 도축한 토종한우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역 축산농가와 주민 대부분은 이미 알고 쉬쉬했던 것 같다. 기가 막히고 맥이 빠지는 일이다.

문의 청남대 한우거리는 도와 군의 특별한 관심을 업고 지난 10월 중순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개장됐다. 주변 관광지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맛 좋고 품질 좋은 청원생명 한우와 표고버섯을 제공한다는 소문에 기대를 가지고 개장 직후 한우거리를 찾았었다.

식사를 마친 후 함께 한 지인들은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솔직히 시간을 내서 다시 찾을 정도의 매력은 없다는 평을 했다. 우선 한우 판매장에서 고기를 손질하는 인력이 터무니없이 모자랐다. 기다리는 손님이 많지 않은데도 워낙 손이 딸리다보니 고기를 구입하는 시간이 제법 걸렸다. 포장이 된 고기가 아닌 직접 고기를 썰어 담아 주었는데 인기 있는 부위는 물량이 달려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농협 한우 판매장에서 간신히 고기를 구입한 일행은 문의면 소재지에 늘어선 음식점 중 한 곳에 들어가 일인당 4000원의 차림비를 지불한 후 고기를 먹으라는 안내를 받았다. 검정 비닐봉지에 담긴 고기를 든 채 거리를 기웃거려야 하는 모양새 빠지는 꼴로 식당을 골라야 했다.

비슷한 간판의 고만고만한 식당 중 한집에 들어가 고기를 사왔다고 하자 식당 아주머니가 빈 테이블을 가리켰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한 흔적이 고스란히 밴 상처 난 낡은 불판에 고기를 얹었다. 차림비에 포함되어 있다고 선전했던 표고가 부실한 야채 바구니에 두어 개 끼어 있었다.

어설픈 상차림과 별 도움이 안 되는 손님 취급에 아예 식당에서 고기를 주문해 먹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곳에서 고기를 사 온 형편인지라 미안해서 모자란 반찬을 더 달라는 말을 감히 꺼낼 수도 없었다.

시중보다 고기 가격이 다소 싼 것은 사실이지만 미흡한 운영방식에 걱정하는 마음이 들었다. 생고기라며 마구 썰어 준 고기 맛이 나쁜 편은 아니었으나 부위가 구이에 적절치 않아서인지 아니면 숙성이 덜 되어서인지 치아가 시원치 않은 사람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육질이었다. 며칠 후 두 번째 방문한 식당의 분위기도 첫 번째 식당보다 나을 것이 없었다.

지역농협의 대단한 무대뽀 상혼

우리나라의 한우 브랜드는 일일이 열거하기가 벅찰 정도로 다양하다. 축산법 제3조에 따라 2012년 소비자단체에서 인증한 한우 우수브랜드만 해도 30개에 이른다. 솔직히 충청북도의 브랜드 한우보다 더 태깔나는 한우도 적지 않다. 교통과 서비스 등이 썩 만족스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문의를 찾았던 이유는 지역 한우를 팔아줘야 한다는 애향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감쪽같이 소비자를 기만한 청남농협 측의 변명이 가관이다. 가덕·문의·남일면의 축산농가에서 가격 하락으로 출하를 기피했기 때문에 타 지역에서 반입했는데 뭐가 잘못됐느냐 역정을 내고 있는 것이다. 문의지점 한우판매장의 고기가 딸리면 본점과 농협물류센터 등에서 공급을 받는데 지역 한우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판매할 수 있다며 큰소리를 치고 있으니 적반하장이다.

“1등급 이상 암소한우 만을 취급합니다” "맛 좋은 청원생명 한우 드시러오세요" 문의 한우거리에 내걸린 홍보 현수막이 바람에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