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공자(孔子)의 평생 좌우명은 무엇이었을까. 논어에 보이는 공자의 지(志)는 세 가지로 나타난다. 첫째는 노자안지(老者安之), 두 번째는 붕우신지(朋友信之), 세째는 소자회지(少者懷之)이다. 노인을 안정되게 모시며, 친구는 신의로서 대하고, 젊은 사람들은 품는다는 뜻이다.

노인을 안정되게 함은 잘 모신다는 뜻이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이들에 대한 경의를 뜻한다. 친구를 믿음으로 대한다는 것은 붕우정신(朋友精神)이며 논어의 첫 장에도 공자의 사상이 나타난다. 너무나 유명한 글 아닌가.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悅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때때로 배우고 익히니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있겠는가, 먼 곳에서 친구가 찾아오 니 이보다 기쁠 수가 있겠는가)

‘소자회지’는 노소 소통을 상징한 글이다. 젊은 사람들을 품는다는 말은 바로 젊은이들을 이해하고 포용한다는 뜻이다. 고대 중국에서도 젊은이들은 보다 진보적이고 비판적인 자세를 지녔던 것 같다. 성인은 이들을 건방지다 생각 말고 이들의 뜻을 헤아리고 배려해야 한다고 가르친 것이다.

제자가 스승인 공자에게 물었다. “스승께서 인(仁), 인(仁) 하시는데 도대체 인이 무엇입니까?“ 그때 성인은 이렇게 말했다. ”인은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다. 네가 이 세상에 나가 지위가 높이 된다 하더라도 사람을 만나면 흡사 조상의 제사를 주관하듯 정성스러워야 하며 예의를 갖춰야 한다. 이를 ’인‘이라 한다“ 나이가 어리거나 비록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대하더라도 깍듯이 예의를 지키라는 것이다.

노소동락(老少同樂)은 유교사회의 전통적 미풍이었다. 20대에 과거에 급제하는 청년과 70대에 과거에 올라 동계(同稧)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장인과 사위라 해도 과거에 같이 급제하면 동과계(同科稧)라 하여 같이 어울려 술잔을 나누고 노래를 즐겼다고 한다.

조선 선조 때 이항복은 24세에 과거에 급제 하였으며 장인 권률은 몇 년 후 인 45세에 과거에 올랐다. 두 분은 같은 시기에 재상이 되어 임진왜란 당시 국난을 극복하는 놀라운 지혜를 발휘했다. 노소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갈등이나 폄하가 없었다.

조선 유교사회 기로소(耆老所)는 노인들을 우대하고 그들의 경륜을 국정에 반영하기 위한 ‘노자안지’의 제도적 기관이었다. 임금은 매년 기로소를 찾아 이들에게 잔치를 베풀고 경륜을 경청했다. 숙종은 나이 59세에, 영조는 51세에 70세만 입소 할 수 있는 기로소에 방명하고 노인들과 어울려 동락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들의 경륜을 높이 사고 노인 공경을 제왕이 몸소 실천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요즈음 한국사회의 노소 갈등은 도가 넘은 것 같다. 일부 노인들은 젊은 층을 건방지고 철이 없다 치부하고 또 많은 젊은이들은 노인들을 고루한 꼰대로 여기고 있다. 노인들이 곳곳에서 젊은이들에게 멱살을 잡히고 심지어 폭행당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정치인은 트위터에 ‘꼰대들 늙은 투표에 인생 맡기지 말라‘는 글을 인용했다가 취소하는 등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새 정부 '노소동락' 프로그램 개발해야

대선이후 일부 젊은이들이 멘붕에 빠져 부친과도 말도 안하고 같이 식사도 안한다고 한다. 네티즌들이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를 없애야 한다는 릴레이 서명까지 벌어지고 있다. 동방의 빛이라고 하여 한국을 예의의 나라라고 믿고 있는 외국에 이 같은 현상이 어떻게 비쳐질까.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젊은이들을 선동하는 정치조직이나 무리들이 있다면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다.

젊은이들도 언젠가는 늙는다는 섭리를 터득하고 국가 사회에 기여한 노인들의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 또 노인들에게 경륜을 배워야 한다. 또 노인들은 보다 큰 배려심으로 젊은 층을 이해하고 예우하는 멋진 젠틀맨들이 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새 정부는 ‘노소동락’의 기풍을 진작시킬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그것이 무너진 전통 윤리를 회복하고 국민통합과 한국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도모하는 바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