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동네에서 ‘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존재’에 관한 논쟁이 벌어졌다. A개구리는 지상의 만물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고 있는 태양이 가장 위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B개구리는 밤에 어둠을 밝혀주고 낭만을 즐길 수 있게 하는 달이 제일 위대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질세라 C개구리는 물을, D개구리는 땅을, E개구리는 바다를, F개구리는 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이 절대적으로 위대하다고 각각 우겼다.

이처럼 개구리들의 각기 주장이 와글거리고 있는 틈에 한 젊은 개구리가 단상에 뛰어 올라가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우리들 개구리다”라고 외쳤다. 그의 주장인즉, “예로부터 보옥의 귀함을 아는 자만이 보옥을 지니듯이, 위대함을 아는 자만이 위대하므로 하느님의 위대함을 알고 있는 개구리들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제일 위대하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다른 개구리들은 “옳소!”를 외치며 열광했다.

‘위대한 개구리’란 생각에 자부심이 한껏 높아진 개구리들은 이제 ‘개구리 나라’를 건설하기로 했다. 그런데 누구를 지도자로 뽑아야 하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젊은 지도자론, 늙은 지도자론, 지도자 무용론 등이 뒤얽혀 욕설이 난무하고 극심한 혼란상이 빚어지고 있던 차 누군가가 창공에서 유영하던 솔개 한 마리가 개구리 무리를 보고 내리 꽂히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솔개다!”라고 소리쳤다. 이에 혼비백산한 개구리들은 앞 다투어 연못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극도로 소란하던 개구리 동네는 적막강산이 됐다.

임진년의 끝자락에서 지난 80년대 중반 타계한 언론인 오상원의 개구리글 얘기를 꺼낸 것은 요즘 대선 패배 후 자중지란을 빚고 있는 통합민주당과 충북의 일부 수급기관들의 세(勢)겨루기 행태 등에서 ‘우물 안 개구리 다툼’(井中蛙鬪) 인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올 대선에서 차려준 밥상도 못 먹은 통합민주당이 대선패배책임과 향후 지도체제 개편문제 등을 놓고 주류 비주류 간에 벌이고 있는 내분상은 참으로 목불인견이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린 채 마치 와글거리는 개구리 동네 같다는 세평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그렇다 치더라도 충북도내 일부 수급기관들의 우물 안 개구리 행태는 참으로 가관이다. 충북의 도세가 약해 모두가 힘을 합쳐 똘똘 뭉쳐도 중앙정부를 움직이게 하거나 규모가 큰 타 광역자치단체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운데도 도내 주요 기관 간에 소모적인 파워게임을 벌여왔으니 통탄할 일이다. 새해를 며칠 앞두고 가까스로 타결된 충북도와 충북도의회-도교육청 간의 무상급식예산 분담 다툼, 충북도와 충북적십자 간의 갈등, 청주상공회의소 내부 갈등 등은 큰 안목에서 보면 상대방에게 기(氣) 안 죽겠다는 ‘우물 안 개구리 싸움’에 다름 아니라는 지적이다. 도내 정치권도 윷놀이 판의 도진개진이다.

충북도내 일부 수급기관들, 파워게임 자성하라

이같은 비판에 대해 당해 기관들은 나름대로의 정당성과 이유를 대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세대 간, 계층 간, 이념 간 갈등이 심화된 채 통치권력이 바뀌는 격변의 시기에 우리 아이들의 무상급식부담 문제를 처음부터 명쾌하게 해결하지 못한 채 연말까지 충북도지사. 도의회 의장-도 교육감 간에 신경전을 계속해 왔다. 그러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은 끝에 지난 25일 김광수 도의회 의장의 중재로 이시종 지사와 이기용 교육감이 무상급식 분담금에 합의, 겨우 타결됐다고 한다. 늦게나마 일이 해결되어 다행이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충북적십자회장 선출문제를 둘러싸고 불편한 관계에 빠져든 충북도와 충북적십자 간의 갈등도 그렇다. 갈등의 여파로 전공노와 이·통장들의 비협조로 인한 모금실적부진이 현실화 하자 이시종 지사는 산하 공직자들이 적십자모금에 협조하라고 지시했지만 그런 사태는 벌써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뒷북쳐도 모금부진 원망은 피할 수 없을 것이며, 2014년의 지방선거 시 심판 요인의 하나로 작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충북도에 공식적으로 허리를 굽히지 않아 원만한 협조관계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충북적십자 회장은 무얼 하고 있는가. 도청과의 대립각으로 본인의 자존심은 세웠을지 몰라도, 모금에 나서고 있는 충북적십자 일선요원들은 공직자들과 이·통장들의 도움을 받지 못해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북적십자 회장은 적십자사 일선 직원들의 업무추진상의 애로를 해소해 주려고 공직 기관이나 기업체 등을 상대로 발로 뛰며 얼마나 실효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모금은 폼 잡고 있는데서 얻어지는 게 아니다. 분발이 촉구되고 있다 하겠다.

교수신문은 해마다 연말에 발표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다 바르지 않다는 뜻의 ‘거세개탁(擧世皆濁)’을 선정했지만, 충북 관가의 올해 사자성어로는 우물 안 개구리 싸움인 ‘정중와투(井中蛙鬪)’가 제격이 아닌지 모르겠다. 행정실적을 쌓았다 해도 충북의 화합에 앞장서야할 충북도 등 수급 기관과 지도급 인사들이 반목과 갈등을 확산시켜서야 되겠는가. 깊은 자성(自省)이 있어야할 것이다. 가는 임진년을 잘 마무리 하고 계사년 새해에는 모두가 화합 속에 건승하며, 창성(昌盛)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