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부적절한 처신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그는  MB정권에서 2기 국무총리를 지냈다. 올 3월까지만 해도 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을 맡았다. 서울대 총장 시절에는 ‘개혁성향’ 인물로 언론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마다 비판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녹색뉴딜사업'을 '토목공사'로 격하시켰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이나 금산분리완화에도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 이처럼 MB정권과 코드가 달랐다.

하지만 그는 과거 대운하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오다 총리 내정 후 대운하와 다름없는 ‘4대강 살리기사업’에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그가 '이 대통령과 소신이 너무나 다른 것이 명확한데 머리를 숙이고 소신을 굽히는 곡학아세(曲學阿世) 하려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당시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이 '양복바지에 한복을 입은 어색한 조합'이라고 논평 했다.  이처럼 평소 소신과 다르게 처신해 '영혼이 없는 학자'로 평가절하 됐다. 일부에서는 "트랜스포머 변신의 귀재, 비단길을 깔아주면 꽃가마 타고 가려는 사람"이라고 혹평했다.

그가 지난 12일 서울의 한 호텔 사우나에 갔다 일종의 봉변을 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그는 호텔 사우나에서 “사람들이 둘러싸서 ‘배신자’하고 소리치는 소동이 벌어지자 구석에 숨어 있다가 떠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연민의 정을 느꼈다”고 일부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의 봉변은 이번 만이 아니다. 2년전 국무총리 시절 ‘세종시 수정론’ 여론몰이에 나섰다가 연기군민들에 의해 2차례 ‘계란세례’를 받기도 했다. 당시 고향인 충청도에서는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꼴'이 됐다며 분개했다.

결국 야권과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원안사수’를 고집하는 바람에 물거품이 됐다. 당시 고향 사람과 민주당으로부터 ‘매향노’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수모를 겪었다. MB 정권에서 ‘세종시 수정론’ 불쏘시개로 활용하다가 용도 폐기된 상태이다.

그는 최근 ‘동반성장’이기에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문 후보 캠프 우상호 공보단장이 “충청을 상징하는 개혁적인 인사(정운찬)의 지지선언을 계기로 중도진영의 균형추가 문재인 후보로 기울어졌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다른 지역은 몰라도 충청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상한 일은 문재인 후보가 그를 받아들였다는 부분이다. 자신이 척결해야할 대상인 이명박 정권의 핵심이었던 그를 받아들인 것이다.

고향에선 '매향노' 정치권선 '배신자' 닉네임

사실상 의리는 예나 지금이나 인간관계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덕목임에 틀림없다. 의리(義理)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올바른 도리다. 인간관계의 기본이 의리인 셈이다. 정치권도 의리를 강조한다. 하지만 의리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게 정치인이다.

정치권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하다가 팽을 당하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정운찬 전 총리는 고향에서는 ‘매향노’ MB정권과 새누리당에서는 ‘배신자’로 불리운다. 그는 세종시 ‘불쏘시개’이어 대권 ‘불쏘시개’로 전락한 것이다. 학자라면 지조를 생명처럼 여긴다. 그에게는 카멜레온 같은 현란한 변신만 있을 뿐이다.

자신의 입지를 위해 소신과 고향도 버리는 그의 경솔한 처신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고향에 도움은 커녕 욕을 먹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