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재미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전개된 퇴출운동으로 미국의 학교 교재로 사용되다가 사라졌던 ‘요코 이야기’가 다시 미국 초․중학교 읽기 교재로 채택되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보도가 얼마 전 있었다. 일본 역사교과서의 왜곡은 전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아류인 ‘요코 이야기’가 미국 학교에 퍼지면 미국의 청소년들에게 무비판적으로 편향된 한국인상을 심어 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일본 정부의 지원과 미국 언론의 편향 보도

이 같은 현상은 현재 매사추세츠에 거주하는 일본계 미국인인 저자 요코 카와시마 왓킨스(Yoko Kawashima Watkins, 83세)가 직접 여러 학교에 초청 강연을 다니며 홍보한 때문이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대목이 있다. 그것은 일본 정부가 배후에서 이 책의 무상 공급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재미 일본인들을 내세워 교재 채택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한 미국 언론의 태도도 매우 우려할만하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을 이끌며 우리를 일본의 식민지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하였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근본적으로 일제강점기에 대한 역사에 무지하거나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역사를 소급하여 을사늑약 때의 행동,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서 독도를 한국 영토에서 제외하는 데 앞장 선 사실 등을 일일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미국이 일본의 한국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일정하게 조역(助役)을 한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 ‘요코 이야기’의 내용과 요코 왓킨스의 한국 언론과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도하는 미국 언론의 태도는 지나치게 친일 일변도이다. 필자는 그들의 보도를 접하며 미국이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조역을 한 역사적 사실이 오버랩 되었다. 미국은 ‘요코 이야기’를 일본판 ‘안네의 일기’인 줄 착각하고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허구와 자전이 교묘히 배합된 소설

‘요코 이야기’의 원제는 ‘대나무 숲 저 멀리서(So Far from the Bamboo Grove)’로서 1986년 미국에서 출판된 소설이다. 이 소설은 일제의 패망 당시 함경북도 나남(현재 청진시)에 살던 12세 소녀 요코의 가족이 일본으로 귀환하는 과정을 논픽션 형태로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이 미국 학교에서 다시 교재로서 채택의 움직임이 있는 것도 저자이자 소설 주인공인 요코가 체험한 자전적 소설이라는 사실이 흥미를 유발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 수차에 걸쳐 이 소설 내용의 허구성이 지적된 바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일본 소녀가 한국인 사내들에게 강간당하는 것을 목격하였다는 대나무 밭이 북한에는 없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해방 후 일정기간 동안 일본에 의해 치안 유지가 이뤄졌고, 그녀의 아버지가 만주철도회사에 근무한 것이 아니라 악명 높은 731세균부대의 간부로서 패전 후 전범 혐의로 복역한 의혹 등도 허구적 사실로 제시되었다. 물론 이에 대해 요코 왓킨스의 노회한 해명과 변명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치밀한 서사 전략의 결과물’로서 ‘작가에 의한 지적 조작의 산물’이라고 지적되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에서조차 출판되지 못한 소설

중국은 ‘요코 이야기’를 금지 도서로 규제하여 출판하거나 판매할 수 없도록 조치하고 있다. 자기네 나라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진실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일본에서조차 출판되지 못하였다. 일각에서는 요코의 어머니가 일본 정부의 전쟁 도발을 강하게 비판하였기 때문에 출판을 거부당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그녀의 어머니가 비판하였다는 수상은 이미 퇴임한 도오조로서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특히 이 소설의 제7장 부분은 그녀 가족의 귀환 이후 일본에서의 생활을 묘사하고 있는데, 사실과 너무 괴리되어 있다. 예컨대 화폐의 단위, 그녀의 언니 코가 다녔다는 유령 대학, 배급제이던 쌀을 잡화상에서 구입했다는 부분 등은 실제 상황과 너무 동떨어진 내용이다. 따라서 이 소설이 일본에서 출판되지 못한 것은 서술내용이 자전적 상황이 아니라 공상적 상황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이 2005년 우리나라에서 번역 출간되어 4천여 부나 판매되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역사의 진실로서 ‘요코의 이야기’가 아닌, 또 다른 역사왜곡인 ‘요코의 거짓말’이 다른 나라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출판되어 날개 돋치듯이 판매된 것이다. 이 사실은 정작 일본 역사 왜곡의 최대 피해자인 우리의 역사인식에도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자성할 일이다. 아울러 미국 한인사회가 합심하여 다시는 이 거짓 이야기가 미국의 교육 현장에 발붙이지 못하게 적극 나서 줄 것을 기대하며 성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