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리(堂吏)란 '도당(都堂)의 관리'를 말한다. 도당은 '도평의사사' 별칭으로 고려 후기의 정무기구이다. 고려 전기의 도병마사를 1279년 충렬왕 때 '도평의사사'로 개칭한 것이다. 원래 도병마사는 국방, 군사문제를 다루는 임시회의기구였다. 점차 그 기능이 강화되어 국사(國事)전반에 걸친 문제를 회의하는 기구로 변질됐다. 

청와대도 정무기능을 중요시 한다. 국정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선 ‘윤활유’ 같은 정무기능이 필수다. 정무라인에 근무하는 사람은 우선 성격이 좋고 마당발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여론을 수렴해 국정에 반영할 수 있다.

요즘 강원도 언론은 ‘최문순 도정’의 최대 취약점으로 꼽히는 정무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민주통합당 강원도당과 도청 일각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경제부지사와 비서실장을 공무원이 아닌 정치인으로 기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도당 등이 이같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최문순 지사가 2014년 지방선거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서는 이번 인사에서 반드시 정무기능을 보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충북은 어떤가. 충북은 거꾸로 가고 있다. 기존 정무부지사를 아예 경제부지사로 이름을 바꿨다. 정무기능을 강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 보다 후퇴한 셈이다. 정무기능을 담당하는 정무특보는 내년 1월부터 두기로 해 사실상 충북도는 지금 ‘정무기능 마비’ 상태다. 더욱이 양 부지사와 기획실장이 타 지역 출신이다. 정무부지사가 있을때도 정무보다는 중앙 예산에 치중한 게 사실이다.

과연 충북은 정무기능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도정이 잘 돌아가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사실 지난해 5월 충북문화재단 회장 파문, 지난 8월 충북적십자 회장 선출 사태와 이번 무상급식 문제도 정무기능 부재에 기인한 것이다. '대 지역사회 관계'에서 완충작용을 해 줄 정무기능은 찾아볼 수 없다.

내년도 무상급식을 놓고 이시종지사와 이기용교육감이 두달이 되도록 한치 양보없이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상급식 배분율을 놓고 서로 신경전을 벌이더니 지금은 만남 방식을 놓고도 ’기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이제는 도청과 교육청간에 ‘자존심 싸움’에서 더 나아가 ‘감정싸움’으로 번진 상태다. 이번 사태는 무상급식이 아닌 ‘정치문제’로 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모든 사태는 두 사람간에 소통과 신뢰 부재가 원인이다. 서로 자존심을 내세우기 때문에 사태가 갈수록 꼬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시종지사와 이기용 교육감이 차기 도지사를 놓고 벌써부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두 사람의 기싸움을 바라보는 도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누가 이기든 ‘제로섬’ 게임이다.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싸움이다. 둘 다 리더십에 상처만 날 뿐이다. 본인이나 도민을 위해서도 속좁은 자존심 싸움은 끝내야 한다.

'이시종 호' 최대 약점은 정무기능

정무기능이 제대로 가동만 되었어도 이같은 사태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이시종 지사는 ‘워커홀릭’이다. 정무보다는 실무를 중요시한다. 경제자유구역 예비지정, 국제바이오엑스포 승인, 세계조정선수권 대회, 뷰티 세계 박람회 등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정무기능 부재로 빛이 바랜게 사실이다. 일 못지 않게 지역 현안의 조정과 협의를 이끌어 낸 정무기능이 중요하다. 정무기능만 강화해도 충북도정은 달라질 것이다. 지금처럼 일을 아무리 열심히해도 정무기능에 약하면 갈등만 계속될 뿐이다.

지금 ‘이시종 호’의 최대 약점은 정무기능이다. 보좌 역할과 정무기능을 총괄할 '콘트롤 타워'인 정무기능 복원이 시급한 것이다. 도민의 여론을 수렴해 도정에 반영하는 정무기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이라도 정무기능을 강화해 도정을 원활히 추진했으면 하는 게 도민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