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식솔 며느리로 일 년 사 계절
허리 한번 펼 수 없었던 시집살이에 동동 걸음
한겨울 함지박에 빨랫감 이고
개울로 빨래 가시던 눈보라 속 어머니
지금도 뒷모습이 춥기만 합니다
맨손으로 얼음장 깨가며
붉게 언 손 입김 불어가며 빨래하시던
어머니
추위에 언 얼굴이 냇물 속에 비칩니다

할머님의 노망은 뒷동산까지 뻗치고
불쌍한 양할아버지 할머니의 수발도
할아버지 노발대발 소리와 함께 들려옵니다
어느덧 어머니 머리에 눈이 내리고
아미 계곡엔 버섯이 피어나면서
엉클해진 손등에 지렁이가 자라고
투욱 툭 불거진 휘어진 손마디마다
칼바람은 관절 통증을 데리고 왕래 합니다

먼저 떠난 자식 생각에
식음 전폐하시고 가슴을 치던 어머님
마음 속 퍼렇게 든 피멍 가슴에 묻어 둔 채
따스하고 깊은 사랑과 인고의 세월
어느새 증조할머니 되시더니
어머니, 매미 허물로 남아 계십니다



▶충북 음성 출생
▶문예한국 시 신인상 당선
▶시집『딱 두 달만』
▶한국시낭송전문가협회 회원
▶청주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