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미술관이 제일 많은 나라라면 독일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작고한 화가이거나나 생존 미술가의 미술관이 엄청난 수효를 자랑한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마인강변의 미술, 박물관 행렬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시민들은 휴일이면 가족이 모두 강변으로 나와 잔디밭에서 휴식하며 문화와 예술을 만끽하는 것이다.

일본도 미술관과 기념관이 많은 나라다. 어디를 가도 개인박물관이 있고 문학가들을 기리는 문학관들이 있다. 특이한 것은 생존 작가들의 기념관이 많다는 데 있다. 그 고장 출신의 유명 작가들의 육필원고, 성장과정의 사진, 애완품등이 전시되어 있다. 일본인들은 어린 시절부터 문학관을 관람하며 고향에 대한 긍지를 갖고 성장한다.

개인미술관이 제일 많은 것으로 유명한 관광지 나오지마 섬. 이 섬은 일본 세도(瀨戶)의 우노(宇野)항 바로 앞에 있는 둘레 16 km의 작은 섬이다. 과거는 주로 산업폐기물 처리장이 즐비했으나 건축가 안도다다오가 이들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지중미술관 (地中美術館)’ ’이우환미술관‘등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세계적인 ‘예술의 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우환은 한국 출신 작가이다. 그는 50년대 서울대 재학 중 일본으로 건너가 현재는 국제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명작가 중 한사람으로 정교한 추상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최근 대구시는 나오지마섬에 자극받은 때문인지 2백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이우환미술관을 건립 중에 있다.

예도(藝都) 청주에는 출신 화가들의 미술관이 없다. 고 김기창화백이 낙향하여 손수 지은 청원 북일면 형동리 운보미술관이 그나마 체면을 지키고 있다. 한국미술사에 남은 거장 작가들이 많은 데도 이런 점에 인색한 것이 청주가 아닌가 싶다.

한국조각의 선구자 김복진은 청원출신이며 작고한 서양화가 임직순은 수안보에서 태어났다. 한국화가 남정 박노수화백은 연기출신이지만 청주상고를 졸업했으며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 중인 조각가 김봉구 전 이대교수는 청주출신으로 역시 청주상고를 졸업했다.

최근 종로구청은 남정 박노수화백의 작품을 기증받아 미술관 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 남정미술관에는 5백점의 작품과 수석 고가구등 1천점에 달하는 평소 화가가 아껴온 소장품들을 전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고향 오송에 송계 미술관 건립 바람직

청원 출신 현존 화가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는 이는 한국화가 송계(松溪) 박영대 화백이다. 토속적 한국의 정서인 보리(麥)의 미술세계를 일관되게 추구해온 화가로 일본에서 더욱 유명하다. 그의 작품은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과 미국 뉴욕의 캐롤갤러리, 일본의 포인트아트갤러리등에 소장돼 있다. 최근 한 그룹전에서 출품 된 작품은 최고의 완숙미를 보이고 있다는 평을 얻었다.

30년간 일본과 미국, 파리 그리고 중앙무대를 오가면서도 송계는 고향 청주를 지키고 있다. 요즈음 죽마고우들과 어울리고 전시회가 있으면 충청권 미술대학의 교수, 후진들의 초청을 받는다. 이제 학계에서도 송계의 미술세계를 존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송계의 고향은 오송이다. 오송은 바이오산업의 메카이자 신 행정수도 세종시 인근의 배후도시로서 통합 청주시의 관문이 되고 있다. 오송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가 열리면 이곳은 국제도시로서의 품격에 접근하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수십만 세계인들이 오송으로 몰려온다. 그래서 오송엔 미래 지향적인 뭔가 다른 게 있어야 한다.

필자는 송계의 고향인 오송에 ‘송계미술관’ 건립을 제창하고 싶다. 송계의 아호는 바로 오송에서 따온 것이다. 대구시의 이우환미술관 추진 예처럼 청원군이 주축이 되면 좋을 성 싶다. 그리고 오송에는 더 많은 미술관 개인 박물관이 건립돼야 한다. 예술가나 개인 박물관 건립희망자들에게 부지를 제공하는 것도 유치를 위한 방안이 될 것이다. 나오지마 섬이 미술관운동으로 세계적 관광지로 컸듯이 국제도시 오송의 예술 문화적 품격제고의 초석을 쌓아보자는 것이다.

송계도 이제 고희의 반열에 들어섰다. 그러나 송계는 건강하며 젊은이 못지않은 정신력과 부단한 탐구로 자신의 세계를 진전시키고 있다. 머지않아 송계는 서영화가 이우환 못지않게 한국화단의 거장으로서 세계화단의 평가와 주목을 받을 것이다. 지금 청주 청원은 송계를 너무 모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