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나라를 세운 조조는 맏아들 조비에게 대권을 물려줬으나 시재(詩才)가 출중한 셋째 아들 조식을 총애했다. 조조는 한때 조식을 후사를 이을 재목으로 생각했다. 그러자 조비는 동생을 경계하고 제거할 계략을 쓰기에 이른다. 어느날 그는 조식에게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 시를 지을 것을 명하고, 이행하지 못하면 칙명을 어긴 죄를 엄중히 묻겠다 한다. 이때 나온 것이 그 유명한 칠보시(七步詩)다.

"콩을 삶는데 콩깍지로 불을 때니, 콩이 솥 안에서 우는구나! 본래 같은 뿌리에서 나왔거늘, 서로 삶기를 어찌 이리 급하게 구는가! "

조식은 기지를 발휘해 형제가 다투는 처지를 빗댄 시를 읊어 위기를 넘긴다.

가난한 형제가 서로 의지하며 화목하게 지내는 경우는 있어도 알 만한 부자들 가운데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례는 드물다. 우리나라 대표적 재벌 삼성가의 최근 형제의 난 싸움도 대표적인 케이스다. 지난 2월 고 이병철 삼성그릅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81)'씨가 동생인 '이건희(70)' 삼성전자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산 분배가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식 반환 소송이다. 지금은 차명 주식 등이 밝혀져 3조원대 소송이 진행중이다.

두산 그룹, 현대그룹, 한진그룹, 금호아시아나 등 재벌들의 대부분이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후 ‘형제의난’을 겪고 있다

지금 청석학원에도 이와 비슷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청석학원은 설립자 청암 김원근, 석정 김영근 선생의 호 앞자를 따지는 이름이다.

형제분은 조치원과 원산을 무대로 수만금을 모았다. 국권을 상실했던 일제하에서 형제분은 교육으로 나라를 구하겠다는 ‘교육구국’ 이념으로 1924년 청주에 대성보통학교를 세웠다. 이후 모든 재산을 육영사업에 쾌척, 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는 육영의 대전당을 이룩하였다.

생전에 청암은 공익포장,문화훈장 국민장, 석정은 5. 16 민족상 교육부문 본상과 국민훈장, 모란장이 수여되었다. 형제분을 기리는 송덕비가 충남북 일대 7개소에 전해오고 있다.
동생 석정은 형 청암이 자식이 없자 3째 아들을 양자로 보내 대를 잇게 했다. 양자로 간 아들이 고 석우 김준철 전 총장이다. 설립자 두 분의 형제애는 돈독했다.

하지만 1976년 석정 타계 후 후손간에 갈등이 시작되었다. 석정 후손들이 학원 이사회 참여를 요구하면서 부터다.  1993년 석정 후손들이 김  전 이사장의 독단적인 학원 운영을 비판하는 신문광고를 게재하며 갈등이 세상에 드러났다. 이어 최근 김 전 이사장의 동상건립을 놓고 갈등이 시작됐다.

석정 후손들은 "고 김준철 숙부님의 동상이 흉상도 아니고 설립자 두 분의 동상과 동격으로 제작되었다. 청주대 교정은 청암 석정 조부님의 동상이 있는 곳이다. 설립자  두 분의 위업과 동격의 새로운 동상이 존재할 수 없다"고 신문지상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나아가 학원정관에 규정된 이사회 참여를 요구한 상태다.  학원 정관에 "이사는 법인 설립자인 김원근 김영근 또는 그 자손 각각 2인으로 한다"고 명시 한 점을 내세우고 있다. 석정계 후손들은 30일 개최된 고 석우 동상 제막식과 1주기 추모제에 참여하지 않았다. 앞으로 석정 후손들은 법정소송 등을 통해 권리를 찾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금 공은 김윤배 총장에게 넘어간 상태다.

후손간 갈등 조속히 매듭짓기를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지역사회는 청석학원이 ‘형제의 난’이라는 꼬리표를 단 채 후손간 불화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는 걸 원치 않는다. 나아가 후손간에 법적다툼까지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소송까지 가기 전에 한걸음씩 서로 양보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아무리 명분이 있다고 하지만 ‘집안싸움’으로 치부될 수 밖에 없다.

청석학원은 청주대를 비롯해 산하 7개 초·중·고가 있는 명문사학이다. 20여만명의 인재를 배출한 학원이다. 청석학원 후손간의 갈등은 산하 직원과 학생, 그리고 학원발전,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설립자 두 분은 욕심을 내려놓아 평생을 우애 좋게 지낸 분으로 유명하다. 후손들도 설립자 두 분의 유지를 받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