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의 눈물은 위정자를 빗대어 말하는 통속어다. 악어가 먹이를 씹으며 먹히는 동물의 죽음을 애도해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에서 전래된 것이다. 패배한 정적 앞에서 흘리는 위선자의 눈물을 가리킬 때 쓰인다.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하면서 또 울었다. 출마선언을 할 때도 너무 긴장해 울 것 만 같더니, 후보 사퇴 선언을 할 때는 눈물이 눈가를 적시고 말았다. 안철수가 운 것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누군가는 안철수의 회견에 문재인에 대한 원망이 묻어 났다고 말하고 있고, 누군가는 안철수가 자기를 못 이겨 눈물까지 보이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안철수의 사퇴에 대해 일부 언론들은 '아름다운 사퇴' '통큰 결단'이란 표현으로 미화하고 있다. 과연 아름다운 사퇴고 통큰 결단일까?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이번 안철수의 사퇴는 지난 번 서울시장 선거 때의 안철수 사퇴나 2002년 정몽준의 사퇴에 비교할 때 아름다운 사퇴와 통큰 결단은 되지 못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야권 단일후보 지위를 넘겼지만 당초 약속했던 '아름다운 단일화'와는 거리가 있는 퇴장이다. 안철수가 진짜 이타심이나 양보심, 대의를 위하는 마음에서 사퇴하였다기보다는 주어진 현실에서 더 이상의 돌파구가 안 보이자 어쩔 수 없는 차선의 선택을 하는 '굴복'의 이미지가 강하다.

단일화 방식 협상을 희화화해 문재인 후보가 '프라이드 치킨' 하니 안철수는 '양념치킨' 하고, 문재인이 '그럼 프라이드 반, 양념치킨 반' 하니, 안철수가 '양념 반 간장 반'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회자되었다. 단일화 방식을 둘러싸고 깊어졌던 불협화음을 끝내 넘어서지 못한 채 사실상 일방적으로 후보사퇴를 선언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안철수로서는 추락하는 지지율 속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방법이 문재인 측에 의해 거부당하자 야권 단일 후보가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회군하였다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특히 안 후보는 여론조사 등에 나타난 지지도가 좋았을 때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단일화 논의를 미루다가 정작 본격적인 단일화 협상에 들어서서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협상 일시 중단 선언 등으로 자충수를 둬 형세를 더욱 불리하게 만든 결과를 초래했다.

문재인 후보 '욕심 많은 형님' 모습

졸지에 문재인 후보는 ‘욕심 많은 형님’의 모습이 됐다. 그러자 벌써부터 안철수 달래기에 안감힘을 쏟고 있다. 민주당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표정관리에 여념이 없다. 안철수의 도움 없이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제 '안철수 바람' '안철수 현상'은 잦아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철수 현상은 이미 기성정치 행태를 바꾸는 충격을 준 것도 사실이다. 정치쇄신과 혁신이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것이 이를 잘 뒷받침한다. 기존 정당에서 외면한 ‘정당공천제 폐지’를 관철시킨 게 좋은 예다.

안 후보는 사퇴 회견에서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루어지겠지만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한다"고 말했다. 차기 대선을 염두해 두고 한 발언으로 비친다.

안철수 후보가가 대선 ‘불쏘시개’로 전락할지 차기 대선에 성공할지 국민들은 지켜 볼 것이다. 국민들은 동정심을 유발하는 나약한 정치인을 원하지 않다.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강한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