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민선 5기 후반기를 이끌어 갈 충북도 행정부지사·정무부지사·기획관리실장 등 도의 3대 요직에 비충북 출신이 차지한 것에 대해 찬반이 분분하다.

최근 내정된 신진선(56·육사출신) 행정부지시사와 설문식(55·행시출신) 정무부지사 둘다 강릉출신이다. 강릉출신 양 부지사가 점령(?)한 것에 대해 '충북도청이야, 강원도청이야'란 비아냥도 일고 있다. 지난 3월초에 부임한 강성조(47·행시출신) 기획관리실장도 경북 예천 출신이다.

충북도에 ‘외인 천하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처럼 행정부지사·정무부지사·기획관리실장 등 도의 3대 요직을 모두 비충북출신인 무연고 인사가 차지한 것은 충북도 개청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나아가 도청내 국장(부이사관)급 이상도 고시 출신 등 젊은 간부들이 포진해 있다. 지금 도청은 '작은 행안부'로 간판을 바꿔달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행안부 출신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지방공무원들도 기획관리실장이나 부지사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지금은 지방공무원 출신이 이사관급 이상 요직에 발탁되기란 '하늘에 별따기'만큼 힘들다. 더욱이 민선 5기들어 청주시 부시장과 도 기획관리실장 등 2자리가 행안부교류대상으로 분류되면서 부이사관에서 이사관으로 자체 승진하는 요인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상태다.

충북 출신의 고위직 인물난으로 어쩔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충북 출신을 기용할 생각 자체가 부족한 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같은 인사 스타일은 공직 내부의 사기와 업무의욕 저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두 부지사 가운데 어느 한쪽이 충북출신이면 다른 한쪽은 비충북출신이 맡는 등 나름대로 안배가 이뤄져 왔다. 지사 업무를 뒷받침하는 행정부지사의 경우 중앙정부와 인사교류 차원에서 충북 연고가 없더라도 기용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정무부지사는 지역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인사를 발탁하는 게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행정적으로 처리하기 곤란한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교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번 인사는 이시종 지사에게는 도박이나 마찬가지다. 재선의지가 분명한 이 지사가 정무기능을 포기한 거나 다름없다. 아예 명칭도 ‘정무부지사’에서 ‘경제부지사’로 변경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경제에 '올인'하겠다 의지로 보인다. 지역경제를 살리려면 중앙예산을 많이 가져와야 한다. 그래서 정무부지사를 기획재정부에서 잔뼈가 굵은 재정전문가를 영입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시종 지사가 충북 출신 인물이 없는 것도 아닌데 선거 때 도움을 준 측근 챙기기는 잘하면서도 지역인물을 키우는데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양 부지사를 비충북 출신으로 채운 것은 차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랑이 새끼’를 키우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타지 출신이 고위직으로 오면 직원과 지역 정서를 파악하려면 최소한 6개월정도 소요된다. 직원들도 외지인 고위직에 충성(?)하기란 쉽지 않다. 1년 이상 근무하게 되면 언제 그만둘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당히 눈치를 보기 마련이다. 사실상 업무능률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충북 인재 키우는데 인색” 여론

비충북 출신 고위직은 예기치 않은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위기관리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현재 진행형인 '충북도-적십자사 충북지사 갈등'과 충북도-교육청과의 '무상급식 배분' 기싸움이 좋은 예다. 정무기능만 제대로 했어도 이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공무원들 사이에는 충북도 3대 요직을 비충북 출신으로 채운 것에 대해 시선이 곱지 않다. 양 부지사중에 1명은 충북 출신에 안배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고향은 사람을 낳고 사람은 고향을 키운다’는 말이 있다. 출향인사 모임에 가면 자주 듣는 얘기다. 지역 인재를 키워야 고향이 발전된다는 의미다. ‘수양선 그늘 강동80리’란 말처럼 인재를 키워야 충북이 발전한다. 지역 인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제 민선 5기도 반환점을 돌아 내년이면 선거체제로 들어 갈 것이다. '이시종호'가 이같은 공직 안팎의 비판을 극복하고 산적한 도정 현안을 해결하고 순항 할 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