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제국 로마는 왜 멸망했을까. 등치 크고 힘센 게르만족의 침공이 이유였을까 아니면 내정의 혼란 때문이었나. 그러나 재미있게도 로마의 멸망을 ‘납’ 중독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로마인들은 2천년 전부터 납으로 수도관을 만들어 사용했다. 납이 다른 금속보다 연하여 잘 구부러졌기 때문이다. 또 납으로 식기도 만들고 화장품, 외용약으로도 개발해 썼다. 연구결과를 보면 당시 납중독으로 신경통이나 관절염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며 젊은 나이에 죽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로마에 이런 허약한 전사들이 많았으니 힘센 게르만민족을 이길 수 있었겠는가.

그러면 로마인들은 납의 독성을 모르고 있었을까. 그들도 납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기원전 1세기 비트루비우스는 ‘건축론’에서 납의 독성을 주장하고, 예방책까지 언급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편리함 때문에 금지하지 않았다.

화산으로 멸망한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을 가면 지상에 노출된 수도관을 발견할 수 있다. 폼페이시는 고대 로마시대 건설된 도시로 이들 수도관들이 모두 납으로 만든 것이다. 폼페이는 호화로운 환락의 도시였다. 화산재 속에 드러난 한 부호의 집을 가보면 당시 폼페이 부자들의 환락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현대식 풀장에 버금가는 타일 붙여진 멋진 풀장이 있고 금고와 침실도 있다. 그리고 홀 안으로 들어서면 벽면에 신기한 그림을 발견할 수 있다. 집 주인이 자신의 심벌(?)과 돈이 든 자루를 저울에 올려놓고 저울질하는 재미있는 벽화다.

폼페이 시민들은 현대인처럼 목욕을 좋아했다. 호색한 시민들과 외국인, 선원들은 홍등가에서 성매매를 했다. 왜 이들이 이처럼 방탕하고 환락에 빠져 살았을까. 혹 납중독으로 정신이 혼미하여 이 같은 향락을 즐긴 것은 아니었을까.

고대 중국 황제들은 미약 금단(金丹)을 신선의 약이고 불로장생의 영약으로 생각했다. 연금사들이 정성껏 지어주는 금단을 먹고 환각상태에 빠져 아름다운 궁녀들과 쾌락의 밤을 보냈다. 금단의 주원료는 바로 납과 유황 등 중금속. 이 약을 마시면 환각상태가 되며 긴 쾌락에 빠진다는 것이다.

황제들은 이 약이 독약인줄도 모르고 즐겨 마셨는데 30세를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양귀비를 사랑한 당 현종도 죽을 때 금단을 먹고 심한 갈증과 불안을 호소하며 죽었다고 한다. 또 청대의 많은 황제들이 복용한 후 피를 토하거나 혈변을 보고는 끝내 목숨을 잃었다.

중국 고대소설 '금병매 (金甁梅)'의 주인공 반금련과 서문경이 마신 미약도 이런 유다. 금단에다 매실을 섞어 만든 홍연환이란 것이다. 결국 쾌락의 절정에 탐닉한 서문경은 피를 토하고 죽는다. 신선이 되는 약이라고 믿은 것이 그만 생명을 단축시킨 결과가 됐다.

현대에도 우리 몸에 나쁜 줄 알면서도 독을 함유한 물질을 먹거나 일상에서 금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농약의 과다사용으로 쌀에서는 비소가 검출됐고 합성세제의 주성분인 계면 활성제는 발암물질이다. 계면활성제는 바로 하천과 강, 댐 오염의 주범. 미생물로도 분해가 안 되어 그대로 상수원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상수원에서 소독약 염소와 합성되면 더 무서운 발암물질 트리할론메탄이라는 성분으로 변한다고 한다.

주방 합성세제 추방해야

최근 단양의 70대 한 농부가 위궤양으로 병원에 입원했는데 조직을 떼어보니 상처 난 위속에서 합성세제 성분이 나왔다고 한다. 평소 농부가 세제를 푼 물에 식기를 담궈 적당히 씻어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릇에 묻은 잔류세제가 입안을 통해 들어와 위벽을 자극, 궤양을 일으킨 것이다.

주방에서 합성세제가 살아지지 않는 한 우리는 매일 독을 먹고 사는 처지를 벗어날 수 없다. 하천도 오염되고 도시 하수구는 가스와 악취로 숨을 쉬지 못한다. 나쁜 것을 알면서도 편리하다고 남용을 묵인한다면 고대 로마나 폼페이의 경우와 무엇이 다른가. 먼 훗날 의학자들은 미이라가 된 현대인의 조직에서 축적된 합성세제의 잔류물을 발견하고 21세기의 잘못을 경각심으로 삼을 지도 모른다.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한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