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문화교육 연수단 일행이 우리 연수원에서 여러 날 머물며 우리문화와 교육을 꼼꼼하게 짚었다. 그 중에서도 연일 세계를 뜨겁게 달군‘강남스타일’로 피부색깔, 성별 연령을 망라한 춤바람, 그것도 진짜 말보다 훨씬 짜릿한‘오! 오 오 오~ 오빤 강남 스타일’을 함께 즐기고 있었다. 우리나라 가수 싸이의 말춤으로 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당기 듯 지구촌이 온통 말타기에 신난 것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오히려 헷갈릴 정도로 어리둥절하지만 생각할수록 우리문화의 위력은 대단하다. 춤은 격렬할수록 발밑 웅덩일 조심해야 오래 버틴다.

바야흐로 지난 10월은 축제문화의 달임을 실감했다. 동(洞)단위까지 봇물을 이뤄 잠깐 씩 기웃거려도 하루 해가 짧다. 아주 가끔, 괜찮다 싶은 프로그램도 있으나 대부분 판박이 메뉴와 반복적인 소음(騷音)으로 구경도 하기 전 상처부터 입는다. 정체성 조차 흐릿한 예산 낭비형도 묻지마 축제 천지여서 도무지 아리송하다. 즐비한 포장마차에 비싼 출연료로 불러낸 현란한 몸짓을 빼면 남는 게 없다. 쏟아 부은 엄청난 행사비용이 오히려 몸살로 번진다.

하루는 늦저녁, 아파트 주차장서 그리 싫지 않은 폭죽소리가 연발로 들리기에 나가보니 몇 집이서 마련한 ‘가족 발표회’였다. 한 초등학생의 지휘로 동요를 부르더니 훌라후프 묘기에 시낭송까지 이어졌다. 무대라야 현수막 한 장 붙이지 않은 아스팔트 위의 흰 주차선였지만 ‘아빠곰은 뚱뚱해 엄마곰은 날씬해 애기곰은 너무 귀여워 으쓱으쓱 잘한다’에 함께 박수하며 보듬는 모습. 20여분 남짓 계절 마무리야 말로 색깔짙은 ‘양반골 스타일! 오!~오~오~오~’축제로 충분했다.

정서에 맞는 문화 컨텐츠 개발

강남스타일은 가수 싸이에게 맡겨도 된다. 모두 한결같은 스타일 축제니 시큰둥하다. 뭔가 색깔있는 컨텐츠 말이다.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모래성 하나 만들어 놓고 종일 들락거린 유치원아의 ‘내 꿈 발표회’ 를 이번 가을 대표 축제로 꼽는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 따라 소전거리(牛市場)를 구경했던 기억으로, 며칠 전 면단위 5일장을 찾아 나섰다. 막 건져낸 먹음직스런 순대와 즐비하게 차려진 먹을거리 볼거리는 의도적으로 계획된 축제 이상이었다. 무쇠를 달군 배불뚝이 검정솥에서 ‘뻥’소리와 함께 뛰어나온 강냉이 튀밥의 고소함과 파장이 다되도록 새 주인을 못 만난 강아지와 토종닭은 안도의 한숨으로 바쁘다. 각설이 엿장수 가위질 장단에 흥겨워 덩실덩실 취기가 몸에 밴 장꾼 또한 멋으로 다가온다. 내가 찾으려 마음 먹었던 추억 속의 길거리 잔치국수는 밀국수가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 그나마 반가웠다.

전통 장날이야 말로, 요란한 홍보에 긴 시간 동안 줄서서 짜증내며 기다린 예산낭비성 축제보다 오히려 우리네 정서와 걸맞는 문화 아닐까? 남이 장보러 나서니 갓 쓰고 따르는 잔치가 아니라, 여건과 정서를 꼼꼼하게 따져보고 특화된 쪽으로 구조조정하면 축제의 격도 한결 높아지리라. 멀미없는 지혜가 절실하다. 축제의 정서에 맞는 문화컨텐츠 개발부터 서둘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