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종 충북지사가 뜬금없이 충북도민을 ‘3가지 안경 쓴 사람들’로 자리매김해 눈길을 끌었다. 사연인즉 이 지사는 이달 1일 월례 직원조회에서 “충북도민은 망원경․현미경․잠망경 등 3가지 안경으로 도정을 관찰 한다”며 직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 지사의 말을 더 옮겨보면, 망원경론은 도민들이 멀리 있어도 가까이서 보듯 꼼꼼하게 도정을 살펴보고 있고, 현미경론은 작은 일도 지나치지 않고 크게 들여다보며, 잠망경론은 무심한 것 같으면서도 세밀히 도정을 관찰한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부언하여 “귀를 막은 것 같아도 다 듣고 있고, 눈을 감은 것 같아도 보고 있으며, 입을 닫고 있는 것 같아도 우리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 바로 160만 도민”이라고 강조하면서 “늘 우리를 관찰한다는 생각을 갖고 행정에 임해 달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한마디로, 공직자들은 도민을 무섭게 알고 일 해야 한다는 얘기일 터이다.

이 지사의 이같은 ‘충북도민 3안경론’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시중의 여론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 의견은 원론적인 입장에서 이 지사가 직원들을 훈계한 것이라는 것. 두 번째 의견은 요즘 도정을 보는 도민들의 비판적 시선에 부담감을 느껴 직원들의 군기를 다잡기 위한 경고라는 해석이다.

이 지사의 ‘충북도민 3안경론’은 두 가지 의미를 다 포함한다고 보여 진다. 임기의 반환점을 이미 통과한 이 지사는 다음 달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해를 넘기면 자신의 재선 도전을 포함한 2014년 지방선거의 전초전이 서서히 펼쳐지게 되는 선거정국(政局)과 관련, 선출권자인 도민들의 평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주민직선 공직자에게 제일 무서운 존재는 선거권자, 즉 도민들이다. 평소에는 힘 없고 보잘 것 없는 무지렁이로 보여도 선거 때에는 대통령은 물론 도지사, 교육감, 시장, 군수, 지방의원 등 무지하게 잘났다는 사람들도 이들 민초 앞에 허리를 굽히며 표를 구걸해야 한다.

제아무리 일을 잘했다고 큰소리치며 재선을 장담해도 충북의 민초들이 압도적으로 “그 사람은 안 된다”고 표를 거절하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만다. 선거전의 맹장인 이시종 지사가 이러한 선거진리를 한 시도 잊을 리가 없을 것이다. 도정을 잘 운영하는 것이 도민을 위하는 최대 가치이면서 재선가도의 최대 자산임을 의식, 직원들을 독려했다고 할 수 있다.

도민은 안경 안 써도 충북도정을 잘 지켜보고 있다

이 지사는 충북도정에 대한 도민들의 3안경론을 개진했지만 도민들은 안경을 쓰지 않아도 볼 것은 다 보고 들을 것은 다 듣고 있으며, 포장해도 그 내용을 꿰뚫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안경은 본시 원시, 근시 등 불완전한 시력을 돕기 위해 눈에 쓰는 기구인데, 시력이 좋은 충북도민들은 망원경․현미경․잠망경을 안 써도 충북도정과 도청 공직자들, 그 중에서도 특히 고위 참모들의 자세를 잘 지켜보고 있다. 그러니 충북도민의 안경 걱정은 부질없다 하겠다.

도민들의 충북도정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후한 편인 것 같다. 그러나 이 지사가 내세우고 있는 “함께하는 도정”은 일부 분야에서 겉돌고 있는 느낌이다. 함께하는 도정은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 단절을 해소하고 흐트러진 충북을 하나로 통합하여 지역발전을 추구해 나가겠다는 것이 그 핵심인데, 비판적 반대 의견과 인물 등을 포용하지 못하고 갈등을 이어가는 현상이 여전히 목격되고 있다. 한마디로 포용력의 한계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여론이다.

그리고 일부 고위 참모의 공직사유화(公職私有化) 징후도 도청 밖에서 주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도백의 의사’를 가탁(假託)하여 일부 고위참모가 특정 선호 개인을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는 비(非)공조직 요직에 앉히려는 등의 행태는 민과 관 사이에 갈등을 유발시켜 ‘함께할 수 없는 도정’의 부작용을 유발시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고위 참모들은 정도(正道)를 걷고, 있을 때 잘해야 한다. 현직의 수명은 길어야 몇 년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