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이 단양군수로 있을 때 도담삼봉을 바라보며 절구를 지었다.

'산은 붉은 단풍잎 물은 옥같이 맑은데 /석양의 도담삼봉엔 저녁놀 드리웠네 /신선의 뗏목을 취벽에 기대고 잘 적에 /별빛 달빛 아래 금빛파도 너울지더라’

옥 같이 맑았던 단양 도담삼봉의 절경. 퇴계는 그 아름다운 정경에 심취하여 뗏목을 탄 신선이 됐던 모양이다. 단양과 제천에 접해 있는 백암산을 금수산(錦繡山)이라 개명한 이가 바로 퇴계. ‘금수산’이란 금수강산을 줄인 말이다. 우리 강토를 ‘금수강산’이라 부른 것도 퇴계의 예찬에서 기인한다는 설도 있다. 이런 아름다운 강산에 상처라도 낼까 노심초사했나. 퇴계는 자신의 관아 침소에서도 침마저 함부로 뱉지 않았다는 일화가 전한다.

어디 단양산수만 충북 청정함의 대표 격인가. 한학자 중부대학 이상주교수는 한 칼럼에서 화양구곡을 ‘한국 최고의 구곡(九曲)이며 한국 제일의 문화산수’라고 예찬했다. 우암 송시열은 화양동에 별업(別業)을 만들어 공부하며 '파곡(巴谷)'이란 시를 지어 아름다움을 노래했단다. ‘우암이 구곡(九曲)을 지은 후에 화양구곡은 한국 구곡의 전범이 되어 많은 구곡을 설정하게 했다’는 것이 이교수의 논지다.

그래서인지 충북엔 평소 듣지 못했던 ‘구곡’이 많다고 했다. 청원군에 옥화구곡, 보은군에 낙우당구곡, 옥천군에 율원구곡, 제천시에 구곡리구곡과 구룡리구곡, 그리고 영동에 용하구곡, 충주시에 명도구곡등이 있었다는 것. 이 교수 글에 재미난 것은 청주에도 ‘성남구곡’이 있었다고 한다. 성남(城南)이라면 청주읍성의 남쪽인 지금의 방서, 수곡동, 아니면 가덕 어디인가.

중봉 조헌은 보은군수 시절 인연이 되어 옥천 밤티에 은거 후학을 가르쳤다. 중봉은 후율정사(後栗精舍)를 짓고 유유자적했는데 ‘율원구곡’의 경치를 이렇게 노래했다.

"하늘이 오랜 옛날에 깊은 골짜기 만들어 사람을 걱정스럽게 하나 /산 아래 흐르는 샘물 한결같이 맑구나 /그 물 유원에 이르러 빼어난 경치 이루니 /모름지기 무이계곡의 노 젓는 뱃노래가 이어지는 구나“

‘동방은 청색을 숭상하고 소나무를 많이 심어야 길하다’는 신라 스님 도선의 도참설(圖讖說)을 신봉한 태조 왕건. 그는 개경에 사계절 늘 푸른 소나무를 많이 심었다. 그래서 개경은 세계 제일의 소나무 숲이 되었으며 송도(松都)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그리고 소나무를 베고 도성의 하천을 오염시키는 행위에 대한 엄한 형벌을 집행했다. 예부터 제왕들은 청정한 산수를 지키려는 노력이 지대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전통으로 아름답고 깨끗한 산수를 지키는 일은 조선시대 목민관의 주 임무이기도 했다. 환경파괴를 극악 시 했고 범법자들을 ‘천벌’에 준하여 응징했다는 기록이 있다. 하천에 재나 똥을 버리면 곤장 50대, 가축을 방목 산림을 훼손하는 행위는 곤장 100대를 때렸다고 한다. 소나무 한 그루를 불법으로 베면 곤장 100대, 두 그루면 곤장 100대를 친 후 군복무를 시키고, 열 그루면 곤장 100대를 친 후 오랑캐 지역으로 추방했다고 한다. 곤장 백대면 엉덩이 살점이 다 터지고 허약자는 죽는 경우도 있었다. 사형에 버금가는 혹독한 형벌인 셈이다.

물로만 주방 식기 세척 장치 개발 화제

대청, 충주호는 충북은 물론 우리나라의 제일 중요한 수자원이요 충청민의 젖줄이다. 이를 오염되지 않게 지키는 일이 이 시대 국민들이나 수자원공사, 행정당국에 주어진 최대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충북의 한 중소기업이 최근 세제를 쓰지 않고도 물로만 주방 식기등을 깨끗하게 씻을 수 있는 장치를 개발, 특허등록을 하고 언론에 공개하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세제에 포함된 계면활성제는 발암물질이다. 매년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는 댐의 부영양화현상도 세제의 남용등 하천오염이 주범이라고 한다. 우리 식탁에서 발암물질의 공포를 줄이고 청정한 국토를 조성하기 위한 노력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