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점 벽면을 가득 채운 출판기념회 관련 포스터. 충북 정가 역시 바야흐로 출판기념회의 계절이 이어지고 있다.

요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과 총선 예비주자들의 출판기념회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정가에서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경우 지난 해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사건 이후 후원금 모금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에 올해 출판기념회가 급증했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또한 출판기념회를 통해 현역이든 정치신인이든 자신들에 대한 지지세를 과시할 수 있고, 지역의 유권자들에게 얼굴 알리기를 통해 공천에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장점과 매력 덕분에 서로 앞다퉈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는 등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홍재형(청주 상당) 국회부의장은 지난 1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희망에는 마침표가 없다’란 출판기념회를 가진데 이어 내년 1월 5일 청주에서도 가질 예정이다.

노영민(청주 흥덕을) 의원은 지난 10월 19일 국회에서 세 번째 저서 ‘현대사의 비극들-잊혀진 자를 위한 기록’의 출판기념회를 가진 데 이어 오는 16일 청주 선프라자컨벤션센터에서도 열 예정이다.

정범구(증평·진천·괴산·음성) 의원도 10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세 번째 저서 ‘이 땅에서 정치인으로 산다는 것’ 출판기념회를 가진데 이어 오는 13일 음성에서도 개최한다.

내년 총선 출마가 예상되는 예비주자들도 잇따라 출판기념회를 열고 있다.

충주 출마가 예상되는 한창희 전 충주시장은 지난 2일 충주 후렌드리호텔에서 ‘생각 바꾸기’의, 엄태영 전 제천시장은 지난달 18일 제천하나웨딩프라자에서 ‘배꼽여행’의, 손병호 미래희망연대 청원당협위원장은 지난달 15일 청주 선프라자컨벤션센터에서 ‘딩굴이가 꿈꾸는 세상’의 출판기념회를 각각 열었다.

청원지역 출마 예정인 이승훈 전 충북도정무부지사는 지난 8·9월 서울 세종문화회관과 청주 제빵왕김탁구 드라마전시관에서 ‘특명, 청원경제를 살려라’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중부4군 출마가 거론되는 김영호 전 청주의료원장은 지난 9월 29일 ‘서울약국 큰아들’을 출간하고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 출판기념회는 정치인 돈줄(?)

지난 6월 31일 대덕서 출판기념회를 가진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대전 대덕)의 경우 초판으로 3천부를 찍고 1천부를 추가 발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치를 내 보면 대략 3천부 정도를 출판하는데, 비용은 2천여만원 선이다. 책을 1만5천원 선에 판매할 경우 2천만원 이상 남는 장사다.  출판사에서 인세를 받지 않은 조건으로 책을 낼 경우 책값의 60% 선에 인수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필 작가를 고용할 경우 추가로 1천만원이 소요되지만 적자는 나지 않는다. 하지만  현역 의원들의 경우 품앗이 성격이 강하다 보니 “받은 돈 다 뺏어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알짜상임위라 해도 예전 같지 않다”는 볼멘 소리도 들린다.

아무튼 정치인 입장에선 출판기념회는 일거양득이다. 선거일 90일 이전에 출판기념회를 열어 내년 총선용 실탄(?)을 무한대로 확보할 수 있다.

출판기념회가 급조되다 보니 수준 이하 책도 자주 눈에 띈다. 그동안의 의정활동이나 정치철학을 담기보다는 의정보고서 짜깁기나 신변잡기, 나아가 의정활동과 무관한 역사이야기 등 수법도 다양하다.

한 마디로 책 공해다. 빈약한 콘텐츠 때문에 서점에 출시해도 거의 팔리지 않는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자화자찬이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후원회에서 받을 수 있는 액수도 최대 2천만원을 초과할 수 없고 영수증도 후원인에게 교부해야 한다. 하지만 출판사가 출판기념회를 주최하고 국회의원의 이름을 빌리는 형식으로 치러지니 교묘하게 법적 테두리를 벗어날 수 있다.

출판기념회를 준비하는 한 의원은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법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법의 사각지대"라며 "총선을 앞두고 할 수 있는 합법적 선거운동"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출판기념회를 통해 정치적 ‘세’를 유권자에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무조건 사람이 많으면 좋다. 정치는 ‘세’이기에 무조건 흥행에 성공해야 된다.

한나라당 김호연 의원(천안 을)의 출판기념회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25일 천안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3천여명이 운집했다.  

양승조 의원(천안 갑)의 출판기념회가 지난달 25일 천안에서 있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참석하기 위해 헬기를 타고 천안으로 내려왔다. 이날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시종 충북지사도 참석했다.  양 의원은손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출판기념회에 지지자들의 참여를 최대한 독려하고 당 지도부 인사, 광역단체장 등 ‘명망가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정치인 신종사기수법 아닌가

실제 100페이지 정도 도서의 정가는 1만원 선 정도. 하지만 출판기념회 참석자들이 봉투에 넣는 돈은 10만원 내외로, 여간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실세 정치인의 경우 하객 부조금을 평균 7만원으로 치면 최소 2억원 이상이 그 자리에서 걷힌다.

이에 재미를 본 일부 의원들은 출판기념회를 국회에서 열고 이어 지역구에서 또 연다.

이 자리에서 걷힌 돈이 선관위에 신고되는 것도 아니다. 그 액수도 얼마인지 본인과 측근만 안다. 출판기념회를 빌미로 돈을 챙기는 신종 정치인들의 그럴싸한 사기 수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사회가 돼야 한다.

어느 후보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김모씨는 “최근 출판기념회만 5회 이상 참석해 경제적 부담으로 난감할 때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돈을 챙기는 신종 정치인들의 사기수법이라고 혹평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름대로 자기를 알릴 수 있는 채널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