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일 발생한 북한군 병사의 ‘노크 귀순사건’은 구멍 뚫린 최전방의 경비태세와 함께 지휘관, 즉 장군의 자질과 자세에 대한 담론을 유발시켰다. 사건 발생 한 달이 경과하고 있으나 국방장관이나 장성 중 스스로 지휘책임을 통감, 물러난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 군 수뇌부의 자질과 자세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이번 ‘노크 귀순사건’도 군 지휘부의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할 안보사건이어서 군 수뇌부의 자책적(自責的) 퇴진 등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그러나 그런 징후는 아직 국민들이 체감할 정도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권한 행사에는 능하나 의연한 지휘관으로서의 위상 정립과 책임 면에서는 솔선수범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일부 군 고위층의 자세가 문제시 되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중국 촉나라의 명재상이자 군략가였던 제갈량(이하 공명)은 다음과 같은 군사의 실패요인을 적시했다. 첫째, 적에 대한 상황 정찰이 불충분하고 중요한 정보가 정확하지 않을 때. 둘째, 명령체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불복하는 자가 많고 집합과 행동이 지연될 뿐만 아니라 작전계획에 의견이 구구하여 실천에 지장이 생길 때. 셋째, 지휘계통이 산만하여 공격 후퇴의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때. 넷째, 지휘관이 부하를 보살피지 않고 인색하게 비난만 되풀이 할 때.

이어 다섯째, 지휘관이 사리사욕을 취하여 부하들의 추위와 굶주림을 등한시할 때. 여섯째, 유언비어나 요술을 믿고 승패를 점괘에 의지하려 할 때. 일곱째, 까닭 없이 부대가 동요되어 병사의 정신무장이 흐트러지고 중견간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때. 여덟째, 부하들이 자신의 용맹만을 믿고 상관의 명령 없이 멋대로 결정하고 행동할 때. 아홉째, 군비를 함부로 남용하고 심지어 개인의 사사로운 일에 사용할 때.

공명은 또 부하를 거느리는 지휘관(장군)의 태도로 다음과 같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첫째, 병사들이 샘물을 찾지 못하고 갈증에 시달릴 때 지휘관이 목마르다고 소리쳐서는 안 된다. 둘째, 음식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배가 고프다고 재촉해서는 안 된다. 셋째, 불을 피우기도 전에 춥다고 안달해서는 안 된다. 넷째, 부대 이동 중 막사가 설치되기도 전에 피곤하다고 소리쳐서는 안 된다. 다섯째, 삼복더위에도 부채를 사용하지 않아야 하고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말아야 하며 모든 행동을 전 부대원과 똑같이 해야 한다. 이같은 가르침은 지휘관이 나약한 모습으로 엄살을 부리면 부대를 통솔할 자격이 없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 하겠다.

제갈공명 “일에 대한 책임은 장수에게 있다”

공명은 군대를 운용하는 지휘관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점을 몸소 보여주었다. 공명이 파견한 마속이 공명의 지시를 어기고 산상에 진을 쳤다 위나라 군에게 대패하여 군략 요충지 가정을 잃게 되자 그는 재주를 아끼던 마속의 목을 울며 베었다(읍참마속). 그런 후 공명은 군(軍)통솔권자로서의 자신을 문책, 황제 유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승상의 자리에서 우장군으로 강등했다. 공명은 황제에게 올린 상소문에서 “춘추에 이르기를 일에 대한 책임은 장수에게 있다 했으니 (가정을 잃는 등)그 패전 책임은 마땅히 신이 져야한다”고 자책했다.

위와 같은 지휘관론과 공명의 책임 자세는 오늘의 우리 군에서도 마땅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도 군의 허술한 경계로 안보상에 비상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면 지휘관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하겠다. 군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정치·사회 등 각 분야에서 리더가 된다는 것은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고난의 길이란 점을 자각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의 현실은 권력을 누리는 지휘관이나 권력자는 넘쳐나도 책임을 지려는 지도층은 찾아보기 어려우니 참으로 걱정이다.

한편, 국방부는 어제(31일) 장성 109명에 대한 진급·보직 변경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북한군 ‘노크 귀순사건’과 관련된 지휘관, 보고계통에 있다가 징계위원회에 넘겨질 예정인 장성과 장교들은 제외됐다. 이들의 책임 유무를 따져 봐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징계위나 당사자들의 소명도 없이 진급심사에서 배제된 것은 가혹한 처사가 아니냐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최전방 경계 부실 사항과 관련된 안보 사안은 책임소재를 철저히 따져야 하고, 책임 없는 장교는 후에 진급·보직 변경 시켜도 크게 늦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국방부의 이번 조치는 무리가 없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