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농수산물도매시장 편익·수산상가의 입찰 방식을 둘러싸고 시의회와 집행부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고수해 온 수의계약이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따라 입찰로 방식을 바꾸는 데에는 합의했지만 시는 여러 점포를 묶는 ‘일괄입찰’을, 시의회는 ‘개별입찰’을 주장 중이다.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일괄입찰은 여러 점포를 묶어 함께 입찰하기 때문에 개인은 물론 조합·법인도 참여할 수 있고 전체적인 시장 관리가 편하다. 개별입찰은 점포별로 입찰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관리가 상대적으로 불편하지만 세수 증대 면에서는 더 효과적이다.

시의회 박상돈 의원은 지난 22일 시정질의에서 "그간 수의계약 체제에선 세금을 너무 적게 냈다. 개별입찰로 바뀌면 세수가 증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범덕 시장은 "점포별 입찰은 도매시장 내 상품가격을 올려 소비자 부담을 증가시키고 그로 인해 시장 안정성과 활성화가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답변했다.

실제 올해 농수산물도매시장 내 편익·수산소매상가 62곳은 6천318㎡(약 1천915평)의 연 사용료로 지난해 2억9천258만 원보다 줄어든 2억8천422만 원을 냈다. 건물과 부지의 감정평가로 금액을 산정하는데 사용료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가장 작은 점포(21.28㎡, 약 6.4평)의 연 사용료는 115만 원에 불과했다. 다농엘마트의 경우 4개 점포(1천858㎡, 약 563평) 사용료가 9천106만 원이었다. 한 달에 약 759만 원이다.

시의회는 2008년 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와 지난해 충북도 종합감사에서 이 점이 지적되자 일반입찰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답을 시로부터 받았다.

2008년 행정사무감사에서 처음 문제를 제기했던 박상인 의원은 "만기가 된 점포부터 곧장 입찰로 전환하려 했으나 시가 상인들에게 고지하지 못했다고 해서 미뤘다"며 "개별입찰을 할 줄 알았는데 올해 만기일이 다가오자 시가 갑자기 일괄입찰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돈 의원도 "다농엘마트는 연 수입이 300억 원을 넘는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세금은 그야말로 쥐꼬리처럼 낸다. 300억의 1%만 해도 3억 원"이라며 "기존 상가들이 최근 조합을 만들었는데 이들이 일괄입찰로 들어오면 조합원이 아닌 사람들은 들어올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농수산물도매시장의 편익·수산상가 62곳 중 수의계약은 48곳, 입찰 8곳, 공실 6곳이다. 입찰로 들어온 점포 중 27.59㎡(약 8.4평)인 곳은 연 사용료로 1천263만 원을 냈다. 수의계약 점포 중 가장 작은 곳과 비교하면 6.31㎡(약 1.9평) 차이인데도 사용료 차이는 10배가 넘는다.

이에 대해 지난 9월 결성된 청주농수산물도매시장상가 협동조합의 우현배 조합장은 "개별입찰은 '시장'이라는 성격을 무시하는 처사다. 일괄입찰을 하면 임대료가 적어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그만큼 싸게 팔 수 있다"고 주장했다.

농수산물도매시장 내 수산상가는 1998년 화재로 소실됐다가 당시 청주수산을 운영했던 고 장세영 씨가 건물을 지어 시에 기부채납했고 장 씨는 그때부터 10년 간 건물을 무상 사용하는 대신 입주 점포들에게서 임대료를 받았다. 그 후 2008년부터 올해까지는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우 조합장은 "당시 임대료는 지금의 3~4배였지만 수의계약으로 바뀌면서 사용료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개별이든 일괄이든 공개경쟁입찰이기 때문에 기존 상가들의 집합체인 조합이 우선권을 갖게 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어보인다. 게다가 시가 현재 입장을 고수, 일괄입찰에 부쳐도 개인·법인 모두 응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농수산물도매시장의 관리를 맡게 된 청주시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공개입찰이기 때문에 어디에 우선권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우린 응찰에 누가, 몇 명이 들어오는지도 알 수 없다. 낙찰되면 그때야 누가 됐는지 알게 된다"며 "최고가 낙찰이기 때문에 수의계약보다 사용료가 올라가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괄입찰은 지난 9월 결정했지만 조합이 중소기업법에 의해 수의계약으로 해달라고 이달 공문을 보내와 검토하던 중 시의회에서 문제를 삼은 것"이라며 "입찰공고 날짜는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다음달 중으로 계획하고 있다. 낙찰가가 결정되면 오는 12월 인계 등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2일 시정질의에서 박상돈 의원은 "시는 상가 관리의 어려움을 개별점포 입찰의 문제점으로 꼽고 있으나 지난 5년간 임대료 등을 체납한 곳이 단 한 곳도 없고, 일부 점포는 월 15만 원 정도의 임대료를 내면서 연간 수백억 원의 수익을 올리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 시장의 답변을 반박했다.

또 "개별입찰이 높은 입찰가 때문에 상가 운영 부실을 초래하고 상품가격 인상을 가져와 소비자 부담과 시장 활성화 저해 우려가 있다고 했는데 일괄입찰도 다수의 경쟁자 중 최고가를 제시한 자에게 허가를 내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개별입찰만의 단점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이에 한 시장은 "수의계약은 지양하고 입찰로 사용자를 결정하겠다는 생각은 확고하지만, 수의계약에서 입찰로 가는 과정 중 하나로 일괄입찰을 생각한 것"이라며 "박 의원의 지적을 적극 검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