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주시 흥덕구 공무원들이 불법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에 택지 개발과 아파트 신축이 늘면서 시내 곳곳이 분양 홍보 현수막 등 불법 광고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게다가 지자체 공무원들이 이를 단속하고 있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과태료를 부과해도 액수가 낮아 무용지물인 실정이다.

최근 시에 따르면 올 3·4분기 불법광고물은 현수막 4만2천349건, 전단 4만6천411건, 벽보 3만8천252건 등 모두 12만7천718건이 정비됐다. 올해 3·4분기까지 누적 실적은 총 40만9천542건(소수인 간판 등 고정광고물은 제외)이다.

이는 지난해 4·4분기 현수막 9천78건, 전단 2만1천495건, 벽보 3만8천565건 등 총 6만9천624건에 비해 약 45.5%나 증가한 수치이다. 누적 실적은 약 10% 증가했지만 3·4분기까지의 집계인 점을 감안하면 역시 상당히 늘 것으로 보인다.

시와 상당·흥덕 양 구청 등에 따르면 불법광고물을 게시하는 이들은 대부분 광고대행사다. 택지개발과 아파트 신축이 늘면서 건설사와 분양사 등이 이들에게 외주를 줘 현수막 등을 내걸게 한다는 것이다.

구청 공무원들이 휴일도 없이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인력이 적은 데다 적발돼도 과태료를 우습게 여기는 통에 불법광고물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500만 원이 상한선이어서 그다지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 청주시 상당구 공무원이 불법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상당구청 관계자는 “금천광장 일대와 율량천, 신흥고 사거리 주변 등에서 불법현수막 등을 많이 볼 수 있다”며 “지난해 3·4분기에 현수막을 2천473건 정비했는데 올 3·4분기에는 거의 두 배 가까운 4천123건을 정비했을 정도로 불법광고물이 판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흥덕구청 관계자는 “한 광고자가 작은 걸 여러 개 내걸든 큰 걸 하나 붙이든 500만 원이 최대라 별 소용이 없다. 아파트 한 채만 팔아도 그들에게는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라며 “경기가 좋아 분양이 잘 되면 광고가 덜하겠지만 요즘은 재테크 수단도 안 되고 하니 광고에 더 열을 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람이 많은 터미널 인근이나 산남·강서·성화지구 등 택지개발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오송지역과 세종시 분양업체에서 대량으로 살포한다”며 “4명이 단속을 다니는데 간혹 적발되면 ‘경기도 안 좋은데 내 돈 들여 거는 걸 왜 떼어가냐’며 따지는 사람들과 충돌할 때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불법광고물을 게시하는 이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저녁 시간에 현수막 등을 걸고 날이 밝으면 치우기도 한다. 24시간 불법광고물 정비에 매달릴 수 없는 점을 악용하는 ‘보편적’ 방법이다.

시 관계자도 “한 업체에서 많이 거는 경우는 대부분 광고대행사라고 보면 된다. 자신들의 손이 미치지 못 하는 곳에는 용역을 줘서 게시하게 한다”며 “단속 공무원들이 퇴근하면 그때 걸었다가 아침에 내리는데 퇴근 후 게시를 광고대행사가 하겠는가. 용역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