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특히 겨울철 얼어붙은 도로에서 어쩔 도리 없이 미끄러져 중앙선 침범 후 접촉사고가 났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형사상 책임과 관련해서 중앙선침범으로 인한 사고는 형사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나, 중앙선 침범이 비난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으로 인한 경우에는 이를 인정하지 않은 판례가 있었다. 도로결빙으로 인한 사정이 적극 반영된다면 형사책임을 면할 여지가 한층 커진다.

청주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박정희 부장판사)는 정모(50)씨가 '결빙된 도로를 보수하지 않아 교통사고가 났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정씨에게 1억53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정씨는 2007년 11월28일 오전 8시30분께 자신의 무쏘 승용차를 운전하다 진천군 문백면 도하리 17번국도 중 결빙된 구간에서 미끄러지며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방향에서 마주오던 레미콘 차량과 충돌하여 중상을 입자 '국가는 3억3900여 만 원을 배상하라'며 이 같은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고지점은 도로의 우측 법면에 매설된 관에서 누수 되는 물이 흘러들어와 겨울철에는 쉽게 결빙될 뿐만 아니라 도하교차로에서 문백 방면으로의 연결도로 중 내리막 끝 지점이어서 그 곳에 진입하려면 차량의 속력을 줄이기 위해 브레이크를 조작할 수밖에 없다” 면서 “그 곳을 통행하는 차량의 도로 결빙으로 인한 사고가 충분히 예상됨에도 도로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이 인정 된다"는 점을 들어 이같이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한 "피고는 도로에 물이 흘러들어오지 않도록 배수시설을 설치하고 결빙여부를 수시로 점검해 도로결빙 시 제설제를 살포하는 등의 충분한 방호조치를 해야 함에도 모래주머니 등을 설치하는 등의 임시적인 조치만을 취해 사고지점에 결빙구역이 형성되는 등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이 결여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원고도 당시 기온이 낮아 사고지점이 결빙돼 있을 가능성도 있고, 결빙주의 표지판도 설치돼 있어 속도를 줄이는 등 안전하게 운전해 사고를 방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제한속도를 초과하는 등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한 잘못이 있어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을 50%로 제한 한다"고 원고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도로의 설치나 관리상 하자등도 사고의 원인 중 하나임을 인정하여 운전자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려준 판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