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부터 색향(色鄕)이라면 평양, 강계, 개성을 꼽았다. 이들 고장에서 맥을 잇는 명기들의 일화가 널리 회자되며 붙여진 것이다. 남아가 과거에 급제하고 출사하여 평양감사로 부임하고 싶었던 것도 이들 명기들을 호기 있게 거느리고 싶었던 때문은 아니었는지.

고 기록을 보면 평양감사의 대동강 풍류 모습이 극명하다. 미인들을 대동하고 노는 것이 흡사 한나라의 제왕을 연상시키며 호화로움의 극치를 이룬다. 야담집 청구야담(靑丘野談)에 기록된 ‘유패영풍류성사(遊浿營風流盛事)’에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평양감사가 대동강 위에서 회갑 잔치를 벌인다는구나. 명기·가객이 뽑혀 오며 산더미 같은 고기와 바닷물 같은 술로 벌써부터 소문이 자자하다...." (하략)

김홍도의 ‘월하선유도’는 조선 후기 신임 평양감사의 부임 연회를 그린 풍속도로 청구야담의 기록을 뒷받침 해준다. 감사가 탄 큰 배를 중심으로 앞에는 관청의 배가 도열해서 가고 그 뒤로는 수많은 꽃단장 기생들이 탄 배와 아전과 사대부들을 실은 배들이 기라성처럼 따르고 있다.

개성은 황진이로 그 명성을 얻었고 남원은 춘향의 미모와 절개로 미향의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 예부터 ‘청주미인’ 소리는 별로 없었던 것인가. 사실 청주도 미인의 고장이었다. 일찍이 고려 태조 왕건은 청주 대머리에서 한란(韓蘭)장군의 협력을 얻어 고려를 개국하면서 장군의 아름다운 딸과 인연을 맺기까지 했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청주 한씨 규수들이 제일 많이 왕비로 간택된다. 왕비나 세자빈의 간택은 정략적이라고 하나 미모와 덕성을 제일 중시했다. 세조의 장남 덕종의 비 소혜왕후(인수대비), 예종의 첫 왕비인 장순왕후, 계비인 안순왕후, 성종의 첫 왕비인 공혜왕후, 인조의 왕비인 인열왕후 등 모두 6명의 왕비가 이 집안에서 나왔다.

청주도 색향의 반열에 빠질 수 없었다. 조선 중엽 동주(東洲) 성제원(成悌元)의 애인 춘절(春節)은 아름답기로 소문난 청주의 명기였다. 동주와 속리산을 주유하며 남긴 순결한 낭만은 풍류의 백미로 꼽힌다. 춘절은 동주가 서울로 떠나고 청주에서 수절하며 생을 마감하여 절기(節妓)로 이름을 냈다.

산수(山水)를 좋아하여 금가(琴歌)로 이름을 날린 조선 중종 대 로맨티스트 송인(宋寅). 전국을 여행하다 청주에서 아름다운 기생을 만난다. 그가 청주기생에게 주었다는 한시(西原贈妓)는 풍류사류들이 즐겨 애송한 절구다.

떠나려는 마당에 허리띠 풀어주려 옷깃을 당기니(臨分解帶當留衣) /가늘게 허리 묶어 둥근 옥 반지 같구나(敎束纖腰玉一圍) /화장 마친 모습 생각하면, 더욱 아름다워라(想得粧成增婉轉) /누구 손에 이끌리어 비단 휘장 안 들어갈까(被誰牽挽入羅幃)-

청주 명기들 시가와 절기로도 명성 높아

영조대 이인좌의 난 당시 청주병영을 지키던 비장 홍림(洪霖)의 애기(愛妓) 해월은 주인을 따라 죽어 표충사에 열녀비가 있다. 청주 명기들은 시가(詩歌)뿐 아니라 절기로도 이름이 높았던 것이다.

구한말 화가 채용신은 `팔도미인도`를 그렸는데 평양, 강계, 한성, 장성 등 미인이 등장한다. 그런데 여기서 청주미인이 빠지지 않은 것이다. 채용신이 그린 청주 미인은 미간이 넓고 인중이 좁은 전형적인 동양 미인이다. 이지적이면서 두뇌가 총명한 얼굴로 그려지고 있다.

내년 5월 충북 오송에서는 '2013 오송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가 열린다. '건강한 생명, 아름다운 삶'이란 주제로 최고의 축제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이번 박람회에는 국내·외 많은 기업이 참여하고 1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을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의 많은 미인들이 참석 피부와 미의 경염을 벌이게 된다. 미인의 고장 맥을 잇는 이 행사가 세계적인 행사로 발전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