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보름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두 차례의 대선 TV토론이 있었다. 현직 대통령인 오바마와 그에 도전하는 공화당 후보 롬니의 토론회 결과는 1승1패이다. 대통령 후보 진영이 마지막 TV 토론을 앞두고 기선 제압을 위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3차 TV 토론(22일 현지시간)은 지금 박빙인 상황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TV 토론이 당락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론 내용은 물론 보디랭귀지까지 두 후보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처럼 두 대선 후보가 TV 토론에 '올인'하는 이유는 무얼까. 우선 국민과 언론의 높은 관심이다. 닐슨의 조사에 의하면 6천700만명이 1차 대선 토론을 시청했다. 인구 3억722만명 중 21.8%,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TV 토론 사상 최고 수치다.

또 소셜미디어의 가공할 영향력이다. 1차 대선 토론 90분 동안 토론과 관련, 1천만 개가 넘는 트위터 메시지가 폭주했다. 이는 1분당 평균 10만 개이며 이슈가 되는 발언에서는 15만건으로 늘었다. 이외 언론사들의 사실검증이다. 뉴욕 타임즈는 토론회 직전까지 20여 명의 기자를 투입해 76개 팩트체킹 보고서를 미리 작성해 놓고 현미경 검증을 실시간 트위터에 올리고 있다.

미국 대선 이슈는 외교, 감세정책, 실업률, 재정적자 등이다. 과거보다는 미래에 먹고 사는 문제이다. 작은 정부와 큰 정부 등을 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 공화당과 민주당 정책이 뚜렷해 국민들이 판단하기 쉽다.

하지만 한국의 대선은 어떤가. 대선이 2개월 남았지만 정책은 온데간데 없다. 여야가 내놓은 정책도 비슷하다. 정책도 그렇지만 인물도 구시대 인물이다. 대선판은 10년 전이나 5년 전 판박이다. 후보들 모두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를 내 놓고 있다. 복지를 위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복안은 무엇이고 세금을 얼마나 더 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꿀먹은 벙어리’다. 무조건 대통령만 된다는 식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지금 대선 이슈는 미래보다는 과거 문제가 이슈다. 정수장학회와 NLL 문제다. 그리고 야권 단일화다. 정수장학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 NLL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일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이 문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오로지 네거티브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의 반응은 냉담하다. 오죽했으면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나왔을까. 기존 정당은 안 후보에 대해 “무소속 대통령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뭇매를 때린다. '정당정치', '책임정치'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당 없는 민주주의는 없다”는 얘기도 국민들에겐 기성 정치권의 오만일 뿐이다.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두 후보와 나란한 안 후보 지지율이 그 증거다. 국민이 원하는 정치개혁은 외면하고 있다.

한국대선, 정책은 실종되고 과거와 단일화  이슈… 한심

실례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후보는 이번에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놓지 않았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정당공천제’를 공약으로 왜 내놓겠는가. 그동안 시장·군수들이 모이기만 하면 수없이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했지만 두 정당은 '쇠귀에 경읽기' 식이었다.

하지만 안 후보가 ‘정당공천제 폐지’를 내놓자 그제서야 문 후보도 뒤늦게 수용하는 촌극을 벌였다.

이제 한국 대선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은 SNS시대다. 기존 텃밭에 기대를 거는 후보는 안 된다. 과거보다 미래를 놓고 정책 대결을 벌여야 한다. 과거문제와 야권단일화에만 매달려서야 되겠는가. 선거운동도 시장골목이나 행사장을 찾아다니는 선거문화에서 탈피해야 한다. 미국 대선처럼 TV 토론회 등을 통해 정책과 후보 자질 검증을 벌여야 한다.

한국도 대선 TV토론회가 12월 3차례 정도 있을 예정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에서는 양자대결이 될 때 TV토론에 응한다는 입장이어서 성사가 될지 불투명하다.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리더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후보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대선 토론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제 한국도 미국처럼 선거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