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경희 편집국장

가수 김성수씨의 아내가 칼부림 시비로 사망했다. 김성수와 2년 전 이혼을 했으니 정확히 가리자면 숨진 강재희씨는 김성수의 전처다.

지난 17일 새벽 2시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모 주점에서 프로야구 선수 박모씨 등 남성 3명 등과 어울렸던 그녀는 옆 테이블에 서 혼자 술을 마시던 남성과 시비가 붙었다고 한다. 시끄럽다는 것이 시비의 원인이었다. 주흥이 도도한 차에 거슬리는 지적질을 당하자 그녀는 발끈해서 대들었고. 그렇지 않아도 심기가 좋지 않았던 피의자는 격하게 반응했다. 강남 새벽 주점 칼부림 사건의 전모다.

지적을 받고 ‘미안하다’ 한마디만 했으면 아무 일 없이 넘어갔을 일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발전한 것이다. 말대답한다고 칼을 휘두른 피의자의 더러운 성격이야 두말할 가치도 없지만 죽은 강재희씨의 성정도 보통은 넘었던 것 같다.

결혼을 발표할 당시 깜찍한 외모의 그녀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가끔은 다혈질이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겐 꼭 의리를 지킨다. 착한사람에겐 착하게 대하지만 못된 사람에겐 100갑절로 갚아준다’ 라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적어도 참아서 생긴다는 암 같은 병은 없겠구나 싶었던 여성으로 기억된다.

방송에 같이 출연하며 부부애를 과시했던 그들은 결혼 6년 만에 이혼을 발표했다. 성격차이와 사회활동에 대한 가치관 차이 때문이라는 이유같이 들리지 않는 이유에서였다. 딸의 양육권을 부인이 가지기로 협의하고 그들은 김성수의 그룹 이름처럼 쿨하게 헤어졌다.

평범하게 살았더라면 전혀 궁금하지 않았을 그들의 관계가 강재희의 죽음으로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새벽, 술판에서의 칼부림이라는 자극적인 사건도 충격적이지만 사망에 이른 여인의 신상은 충분한 화제꺼리였다.

그보다 더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것이 전처의 죽음에 대처하는 가수 김성수의 처신이다. 김성수가 전처의 빈소를 찾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는 망자에 예를 표하는 것을 넘어 고인을 위한 상주 역할을 자처했다. 장례식장 입구에 걸린 강 씨의 가족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전처의 빈소에서 조문객을 맞고 있는데, 심하게 울어 얼굴이 퉁퉁 부은 상태다.

이혼은 법률상으로 성립된 결혼관계를 해소시킴으로써 혼인으로 인해 발생했던 일체의 효과를 소멸시키는 행위다. 그러나 법적으로 깨끗이 정리됐다하여 모든 관계를 완벽하게 끝내기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두 사람 사이에 자녀가 있을 경우 얽히고 엮인 인간관계는 정리가 더욱 애매하다.

인류학자 보하난(Bohannan,)은 이혼과정을 법적 이혼, 정서적 이혼, 경제적 이혼, 양부모 역할의 이혼, 공동체 이혼, 정신적 이혼 등으로 구분하여 정리했다. 그의 구분대로라면 법적 이혼이 차지하는 관계의 정리는 이혼과정 중 일부분에 불과할 뿐임을 알게 된다.

김성수는 어린 딸 대신 상주를 맡아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위로하고자 상주자리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혼한 부인을 생각하며 통곡을 멈추지 않고 있는 그는 자신을 싱글로 재규정하고 새로운 관계를 추구하는 정신적 이혼에 아직 이르지 않은 사람으로 느껴진다. 이래저래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