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탕감해 달라는 개인파산 신청이 급격히 줄었다.

11일 청주지법에 따르면 충북 도내 파산 신청은 2008년 2천663건, 2009년 2천771건에서 지난해 2천382건으로 떨어졌고 올해 1∼11월도 1천794건에 그쳤다.

파산선고 후 빚 탕감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면책 신청도 2009년 4천242건에서 올해 1천573건으로 급감했다.

이런 현상은 충북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전국의 파산 신청도 2009년 11만917건에서 작년 8만4천725건, 올해 11월 말 현재 5만7천579건으로 가파르게 떨어졌다.

주요 원인은 법원의 개인파산 심사가 엄격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청주지법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서류 중심으로 심리를 하다가 도덕적 해이로 의심되는 사건이 꼬리를 물어 2008년부터 구두 신문, 파산관재인 선임 등으로 절차를 강화했다"면서 "특히 채무자의 재산ㆍ소득 심사가 강화된 이후 브로커에 의한 집단 파산신청, 사기성 파산신청 등이 차단됐다"고 말했다.

`모럴 해저드'로는 재산 빼돌리기, 의도적 채무변제 기피 등이 많다.

개인병원을 운영하던 의사 A(44)씨는 수억원의 채무 때문에 못살겠다며 파산ㆍ면책 신청을 냈으나 기각됐다. 월수입이 1천만원에 달하고 병원 폐업 후 남은 돈으로 특정 채무만 변제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식당 운영을 돕다가 수천만원의 빚을 졌다며 파산 신청을 한 B(25)씨의 경우 파산 직전 대부분의 채무가 발생한 사실이 드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청주지법 이흥주 공보판사는 "심리가 강화됐다고 해서 파산이나 면책이 어려워진 것은 아니다"면서 "심사는 엄격해졌지만 2008년부터 파산ㆍ면책 절차가 통합되고 처리기간도 단축돼 성실히 절차를 밟으면 짧은 시간 안에 새 출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신청건수 대비 파산 선고 비율은 93.9%, 면책 선고 비율은 94.4%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