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값 폭락 시 농가의 손실을 어느 정도 보전해주기 위해 정부가 지급하던 송아지가격안정보조금이 올해는 한 푼도 나오지 않게 돼 충북 등 전국의 한우사육농가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송아지가격안정보조금은 2000년부터 송아지 값이 정부가 정한 기준(6~7개월령 기준 185만원, 4∼5개월령은 165만원) 아래로 떨어지면 한 마리당 최고 40만원을 보상해주는 제도이다.

하지만 농림수산식품부는 전국 가임암소 사육 수가 90만 마리 미만일 때는 ‘확대’ 단계로 봐 40만원, 90만~100만 마리 미만인 ‘적정’ 때는 30만원, 100만~110만 마리 미만인 ‘위험’ 단계일 때는 10만원, 110만 마리 이상일 때는 ‘초과’ 단계로 보고 지급하지 않기로 기준을 변경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2월 6일 이 같은 내용을 고시했고 이어 3월에 축산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기준 가격을 결정, 통과시켰다.

그런데 현재 전국의 가임암소는 지난해 12월 통계청 자료 기준 124만9천 마리이다. 결국 올해 보조금은 단돈 1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우사육농가들은 이에 대해 제대로 정책을 알리지도 않은 채 소 값 안정을 이유로 농가를 도산시키려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농민회 관계자는 “봄에 이런 얘기를 했으면 대응책을 마련했을 텐데 최근에야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젠 ‘열 받는’ 단계를 넘어 체념 상태”라고 말했다.

박병남 한우협회 충북도지회장은 “정부에서 암소가 많으면 보조금 지급을 정지한다기에 반대했었는데 이미 그렇게 정하고 추진해버렸다”며 “작년 말 쯤 이 얘기를 들었고 주변 농가들이 자꾸 물어보기에 지난 4월 확인했더니 보조금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우린 이제 ‘너희 마음대로 해’라는 입장이다. 계속 속 타는 얘기만 나온다”고 한탄했다.

“정부를 압박해도 현 정권이 임기 말이라 그런지 신경도 안 쓴다.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고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은 그는 “보조금 지급도 다른 정책처럼 일장일단이 있기는 하다. 번식우 농가에는 도움이 되지만 비육우 농가에는 그렇지 않다. 사육두수 적정화가 필요한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장미희 주무관은 “논의는 작년 여름에 시작됐고 생산자단체들도 동의했던 사안”이라며 “농협을 통해 전국 순회 교육도 했고 한우협회 설명회 등으로 홍보도 했다. 생산가격안정제 가입이 6월 말까지이고 그 후 지급대상을 전산 집계한다. 알리지 않았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처음 도입 취지는 2000년 사육두수가 대폭 감소하던 시기에 번식기반을 갖추려 함이었다. 적정 두수를 유지하자는 것”이라며 “현재 소 값 하락의 원인이 사육두수 과잉이라는 데에는 농식품부 뿐 아니라 생산자단체들도 동의하고 합의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보조금 지급에 대해 농식품부가 지난 2월 6일 개정 고시하고 세부실시요령을 농협중앙회가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각 시·군을 일일이 돌며 홍보하는 건 사실상 무리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거론됐다. 장관이 나와서 정책을 손질하겠다고도 했으니 뭔가 변화가 있지 않겠는가”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