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원군 오송읍 정중리 임장옥 씨(왼쪽)가 지난 8월 31일 자신의 배 농장에서 낙과 줍기 일손을 도운 뒤 떠나는 청원군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임 씨는 지자체에서 어느 정도 보상이 나올 줄 알았다.

▶ 재난지수 300 미만은 많아야 몇만원

“피해 입은 과수원이 7천 평인데 100만 원만 들어왔어요. 우린 어떻게 살라는 말입니까. 어떻게 된 노릇인지 알아봐주실 수 없나요?”

본보가 지난 8월 31일 충북 청원군 재무과 직원들과 동행해 일손을 도왔던 오송읍 정중리 배 재배농가에서 지난 8일 오후 전화가 걸려왔다. 농협의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돼 있는 주변 농가들이 보상금을 받았다는 소리에 지난 달 19일 통장을 확인해보니 청원군 명의로 100만 원만 입금돼 있었다는 것이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임장옥(64·여) 씨의 목소리에서는 앞으로 어찌 해야 하나 하는 막막함이 묻어나왔다.

임 씨는 “태풍 피해 당시 오송읍에서 피해 정도를 70%로 잡아갔다. 주변 사람들이 5개월은 있어야 한다고 하기에 기다리고 있다가 보상받았다는 사람들이 있어 확인해보니 이 돈이 전부였다”며 “농약 값만 1천700만 원 들어갔고 봉지는 8만5천 장 정도 농협에서 구입해 배를 쌌다. 태풍이 오기 전 수확할 박스도 3천여 개 맞췄는데 피해를 입으면서 박스는 가져오지도 못했다. 보험에 든 사람들은 농사지었을 때보다 오히려 더 낫다는 사람도 있는데 우린 어떻게 해야 하나 앞이 깜깜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재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위로금’ 성격으로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의 액수가 터무니없이 적어, 주면서도 되레 원성을 사고 있다.

충북도에 따르면 도는 올해 도내 12개 시·군 7천717명에게 총 41억 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1인당 평균 53만원 수준이다.

이 돈은 지난 8월 이후 발생한 집중호우와 세 차례의 태풍으로 피해를 봤으나 재해보험 등에 가입하지 않은 주민들에게 지급됐다.

지난해까지는 소방방재청이 정한 ‘재난지수 300’ 이상에 해당돼야 이 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규정이 바뀌어 300 미만 피해를 입은 주민에게도 지급됐다. 그러나 300 미만 액수는 몇 천원에서 많아야 몇 만원 수준이라 재난지원금 집계에서도 제외됐다.

같은 오송읍에서 2천㎡(약 6천600평)의 논에 벼농사를 짓는 강 모(75) 씨는 태풍 ‘볼라벤’으로 벼가 쓰러졌지만 청원군이 지급한 재난지원금은 단돈 7천 원이라고 한다.

▲ 지난 8월 31일 청원군 재무과 직원들이 오송읍 정중리 임장옥 씨의 농장에서 태풍에 떨어진 배들을 줍고 있다.

▶ 지자체 “보상가 아닌 농약대금 성격”

재난지원금 담당 공무원들도 고충이 있다. 보상금을 지급하는 규정이 없거니와 재난지원금이 적다며 따지는 주민들의 분노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송읍 관계자는 “벼·과일 등은 재난지원금이 모두 농약 값으로 나간다. 낙과 피해 보상이 아니다. 예를 들어 과수 재배 면적이 1천㎡인데 피해 정도가 30%이면 300㎡를 소독할 수 있는 양 만큼의 농약 값을 주는 것이다. 재난선포지역과 일반지역의 차이도 큰데 정중리는 일반지역이다. 임 씨의 경우 피해 정도를 70%로 신고했으나 우리가 봤을 땐 65%였다. 그나마 재난지수가 300이 넘어 100만 원이라도 받을 수 있던 경우”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시 말하지만 보상금으로 나가는 건 없다. 피해 입은 곳의 사후 소독 성격이다. 낙과도 낙과이지만 나무가 더 중요하지 않나”라며 “이것 때문에 항의를 많이 받는다. 마음 같아선 보상해드리고 싶지만 지자체들이 돈도 없고 그런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농작물재해보험 등의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원군 관계자도 “방송에서 보상금을 많이 주는 것처럼 부풀린 측면도 있다. 재해보험과 섞어서 얘기하니까 헷갈리는 부분”이라며 “"재난지수 ‘1’당 1천 원 꼴이라 약 올리는 거냐며 따지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규정상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도 “재난지원금은 ‘사후 위로금’이지 ‘실손 보상’이 아니기 때문에 풍수해보험이나 농업재해보험 등에 가입해 두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