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대선을 앞두고 야권 단일화가 최대 이슈다. 모든 언론이 후보 정책은 안중에도 없고 온통 단일화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김진명 소설가는 최근 TV 토론에서 “지금 상태로 야권 단일화는 100%이다. 둘은 성품이나 성격이 비슷하다. 집권 욕심도 역대 대선 후보보다 덜한 편이다. 당분간 둘은 대권고지를 향해 레이스를 펼치다가 막판에 단일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전 의원은 “권력의지 측면에서 보면 과거 YS와 DJ하고 다르다. 문재인과 안철수가 경합해서 3당에 이익을 줄 사람이 아니다. 둘 다 착한 사람이다. 얼마전만 해도 박근혜 후보는 대선 상수였지만 지금은 변수로 전락했다”며 단일화 후보로는 맷집이 센 문재인에 무게를 뒀다.

안철수는 귀공자, 문재인은 서민 이미지다. 둘다 카리스마가 부족한 게 장점이다. 부드러운 이미지로 누구나 다가가기 쉽다. 그래서 특히 젊은 층과 소통이 잘 된다.

하지만 그들을 대권욕이 없는 순진한 사람으로 본다면 착각이다. 착한 정치인은 없다는 게 정설이다. 정치인은 정치하는 순간 야수가 되기 마련이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측은 야권후보 단일화 구상으로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식 권력분점’ 모델을 고려하고 있다.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지난 4일 “2002년 노무현·정몽준식 후보 단일화도 있고 DJP연합 방식도 있다. 답은 역사 속에 있다”고 했다. ‘연합 공동정부 구성’을 매개로 단일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도 일찌감치 “책임총리제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겠다”며 안 후보에게 공동정부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호남과 충청을 기반으로 뒀던 DJ와 JP는 1997년 15대 대선을 앞두고 공동정부 구성에 합의, ‘대통령 김대중·국무총리 김종필’로 권력을 분점했다.

안 후보가 국회의원 하나 없이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민주당과의 국정운영 밀착 공조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그러면 단일화 시점은 언제일까. 11월 초·중순께가 아니면 대선후보 등록일 직전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두 후보의 결단에 의해 이뤄질 개연성이 높다.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방식은 정당정치 개혁과 관련한 정책연대이다. 그 전까지는 두 후보 모두 지지율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다.

문·안 후보 지지율 박빙 지속되면 실패할 수도 

하지만 야권 단일화에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YS와 DJ의 단일화 실패 때문이다. 당시 어부지리로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둘은 민주화 앞에선 동지이지만 대권 앞에선 물러서지 않았다.

1987년 6월항쟁 당시 노태우의 6·29선언 수용은 대선 후보 단일화에 대한 YS와 DJ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치 9단' YS와 DJ는 자신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신념에 사로잡혀 후보단일화 약속을 저버리고 말았다. 일종의 '확증편향' 결과였다. 확증편향이란 증거나 자료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선택하는 경향을 말한다. 있는 대로 보거나 듣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이다.

현재로선 단일화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대체적 분석이다. 그러나 단일화에 실패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법 설득력을 얻고 있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끝까지 박빙을 유지하고 박근혜와의 3자 대결 구도에서도 승리 가능성이 점쳐질 때 '확증편향'에 빠질 수 있다는 논리이다. 두 후보의 권력의지가 점차 강성해지고 주변 사람들이 권력욕에 눈이 멀면 판단이 흐려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