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원군과의 통합시 출범을 앞두고 도시 분야의 밑그림을 새롭게 그려야 할 청주시가 비전문가를 담당 부서에 배치, 통합시의 도시계획 업무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는 인사 총책인 기획행정국장 교체 후 지난 7월 10일 291명의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인사에 따라 도시교통국장에 전우석 전 단지조성과장, 도시교통국 내 도시계획과장에 이상수 전 건축디자인과장이 발령됐다.

그런데 이를 두고 적합한 배치인가에 대해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통합이 결정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게 처리돼야 할 도시계획 분야에 전문가가 아니라 토목직 공무원인 이 과장을 임용한 게 적절하냐는 이유 때문이다.

게다가 도시계획 수립을 위해 주민들의 여론을 들으러 다녀야 하는 데도 이 과장이 그런 일은 하지 않은 채 쉬는 날이면 텃밭을 가꾸러 가고 또 그걸 자랑처럼 얘기하고 다닌다는 뒷말이 시 안팎에서 무성하다.

건축·디자인·도시·조경 등에 능력이 검증된 전문가와 건축상 수상자 및 국제현상공모 당선자 등 참여 실적이 있는 민간전문가를 공모, 공공건축 또는 도시계획 분야에 참여시켜 행정의 전문성을 높이고 도시경관과 공간환경의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수원시와 대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시 관계자는 “통합시의 도시계획은 청주·청원을 잘 아는 사람이 해야 한다. 아마 (이 과장이) 건축 업무만 하다 보니까 본인도 어려워할 것이다. 당분간은 전문 지식을 넓혀야 하지 않겠나”라며 “도시계획은 중앙부처와 연계돼서 계획을 빨리 내려 받든가, 우리가 해야 할 걸 얼른 올리든가 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냥 용역 나오는 대로만 할 게 아니라 주민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야 한다. (이 과장의) 그 자리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이 과장은 “도시계획, 토목, 건축이 다 시설직군으로 바뀌었다. 도시계획은 공간 연출이기 때문에 (나도)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계획은 바느질 하듯이 이렇게 저렇게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철학을 갖고 넓은 시야로 보고 해야 하는 것”이라며 “법적인 업무인 데다 고난도의 기술 지식은 전문용역회사의 의견을 듣고 시에서는 생각하고 있는 것을 전달해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운 건 없다. 대전 같은 경우 건축직이 국장급까지 있다. 세세한 부분은 실무자들과 상의하고 있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의견 수렴을 하러 다니지 않는다는 등의 말에 대해선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말 한 마디 잘못하면 오해가 생기고 불필요한 잡음이 생긴다. 필요한 사람을 만나고 공식 채널을 통해 얘기를 들어야 한다. 내 소신은 그렇다. 이 사람 저 사람 만날 일이 아니다”라며 “텃밭도 없고 호미질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여기 온 지 2개월 밖에 안 됐다. 벌써 그런 엉뚱한 소문이 돈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주시는 청원군과 ‘2030 청주·청원 도시기본계획’을 공동 수립키로 하고 지난 5월 용역업체를 선정한 이래 지금까지 수차례의 열린 워크숍과 주민설명회 등을 열어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