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모시고 따르던 정우택을 향해 손인석이 칼을 빼들었다. 그의 스폰서였음을 자백하며 정우택의 치부와 비리를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는 손씨의 결연한 명분은 ‘정치개혁을 위해서’다. 그러나 추측이 난무하는 진정한 속사정은 당사자만이 알 일이다. 해서, ‘정치개혁’을 외치는 손씨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진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역의 일부 언론은 손씨의 폭로를 한 맺힌 고백이며 절규라 보도했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상 매수 및 이해 유도 죄로 구속되기 하루 전, 구태정치에 놀아났다는 것이 부끄럽고 죄송해서 폭로하게 됐다는 손씨의 폭로 중 상당부분은 이미 여러 번 기사화된 내용이어서 충격이 미미했다.

손씨의 폭로로 앉아서 명절선물을 얻게 된 격인 민주통합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신바람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손씨의 폭로를 그대로 받아 정 의원 측을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청주지검에 고발한 상태다.

민주통합당은 자다가 입안에 떡이 들어와 소화만을 걱정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의 입장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만신창이가 된 처지다. 검증되지 않은 날조된 허위사실이라며 반박하고 있으나 어디부터 막아야 할지 수습에 몸이 달아 있을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고발한 내용 중 지역 최고의 관심사는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의 정치자금법 적용여부다. 손인석씨가 정우택 의원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아 지방의원들에게 100만원씩을 돌렸다는데, 자금을 전했다는 정의원이나 돈을 받았다는 지방의원들 모두가 하나같이 그런 사실이 없다며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손 씨의 음성녹음파일과 자필 진술서가 증거자료로 제출됐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는지라 정치자금법 적용여부는 한참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손씨의 폭로 중 지난해 4월 27일 치러진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시 유권자 투표참여방해공작 주장은 전국적인 핫 이슈로 떴다. '이른바 ‘김태호 터널 디도스' 파문이다. 이로 인해 손인석을 정의로운 열사로 칭송하는 열혈 팬들이 생겼을 정도다.

지역을 넘어 전국을 흔드는 손인석 게이트

정치를 꿈꾸는 청년으로 소개되고 있으나 1971년생으로 마흔두 살이니 손인석도 이제 중년으로 접어든 연배다. 그가 일으킨 엄청난 파문은 손인석 게이트가 되어 전국을 흔들고 있다. 사태가 이정도로 커질 줄 그는 짐작하고 있었을까.

계란으로 바위를 쳐 바위를 깨뜨릴 수는 없지만 바위를 끈끈한 계란물로 더럽히겠다는 마음이었다면 그는 충분히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 덤으로 아무 이름 뒤에나 붙여지지 않는 열사의 호칭까지 얻은 터다.

그러나 “당내에서 이렇게 돈쓰고 충성한 사람이 버림을 받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그의 발언은 상당히 유아적으로 느껴진다. 국회의원 공천에서 탈락한 것을 당에서 내쳐진 것처럼 분해하고 있지만 그동안 그는 다른 어느 후원자보다도 각별한 혜택을 받고 있었다. 그가 실토한 대로라면 돈쓰고 충성한 덕일 게다.

손인석과 정우택의 전쟁, 모두 쓰러질 수도 있는 이판사판 다툼에서 누가 먼저 실려 나갈 것인가는 궁금하지 않다. 눈과 귀를 막고 싶은 더러운 진흙탕 싸움이 역겨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