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선거일을 앞둔 요즘 대선정국에 또 하나의 이슈로 떠오른 것이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것이다.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민주노총, 참여연대, 청년유니온, 한국진보연대, 한국청년연대, 청년노동광장 등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단체들이 선거일을 유급공휴일로 지정해 주고 투표시간 연장을 촉구하는 "나도 투표하고 싶다" 는 국민선언을 발표하였고 야당인 통합민주당도 투표시간 연장에 대하여 찬성을 하는 입장이나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에 반대하는 공식입장을 발표하였다.

이제 투표기간을 80일 정도 남긴 상황에서 선거시간 연장문제가 불거진 것은 통합민주당의 입장에서 보면 투표마감시간이 오후 6시 이후까지 이어지면 젊은 층이 더 많이 투표에 참여할 것이기 때문에 자당의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입장에서일 것이고, 여당인 새누리당 입장에서 보면 젊은 층이 야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투표시간 연장이 오히려 여당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반대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위와 같이 확실히 예견되는 표면적인 이유 때문에 찬성과 반대를 한다는 점을 제시하지 못하고, 투표마감시간 연장 내지 현행시간 고수를 주장하면서도 그 이유를 전혀 다른 주장으로 내세우고 있다. 야당이나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단체는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명목을 내세우는 것이고, 새누리당은 대선을 코앞에 둔 상뢍에서 룰을 바꾸면 상당한 혼란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야당이나 시민단체 및 노동단체가 주장하는 것처럼 국민들의 투표율이 높아질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지난 1997년 제15대 대선 당시 투표율은 80.7%, 2002년 제16대 대선 때는 70.8%, 2007년 제17대 대선 때는 62.9%로 투표율이 점차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러한 투표율 저하가 단순히 투표시간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투표율의 문제는 투표에 참여하는 국민들이 자신의 주권을 얼마나 행사하려고 노력하느냐의 여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위와 같은 투표율 하락이 비정규직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투표일을 유급공휴일로 지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이 늘어났다고 하여 투표율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억측처럼 보이고, 오히려 이를 기화로 투표일을 유급휴가일로 만들려는 노동운동의 일환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의 현행 투표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로, 12시간 투표가 가능하다. 법정휴일이기 때문에 보통은 출근을 하지 않겠지만 어쩔 수 없이 출근한다고 하여도 일반적으로 9시까지를 출근시간으로 본다면 투표할 의지만 있으면 투표소에 잠시 들러 투표를 하고 출근하면 된다. 자신의 헌법상 권리를 행사하기 위하여 몇 분면 투자하면 투표가 가능하다. 그 몇분 조차 투자하기 어렵다면 투표시간을 늘려보아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투표시간을 6시에서 오후 몇시까지 연장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주장이 없지만 6시 후까지 투표마감시간을 늘리면 그 시간대에 투표하려는 사람들은 분명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그 시간대에 투표하는 사람들 전부가 투표율을 늘린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미 늘어난 투표시간을 알고 있는 유권자들이 오후 6시 이전에 투표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도 투표시간이 연장되었다는 것을 알면 그 연장된 시간 안에만 투표를 하면 되겠다고 생각하여 자신의 볼일을 모두 본 후 늦게 투표에 참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투표 시간만 늘린다고 하여 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투표시간 연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투표권의 행사가 주권행사로서 이 나라의 역사와 미래를 바꾸는 운동이라는 점을 홍보하는 것이다. 그것이 오히려 선거비용을 줄이고 선거종사원들의 업무를 덜어주는 것이며, 국민들에게 더 빨리 투표에 참여하도록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