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청주시 육거리시장을 찾은 한 시민이 제수용품점 앞에 진열된 물건들을 보며 지나가고 있다.

추석 1주일 앞둔 시점 상인들 웃음보다 근심이 가득

계속되는 경기침체, 연이은 태풍 등으로 올해 추석은 마냥 즐겁기만 한 명절이 아니게 됐다. 얇아지는 지갑과 치솟는 농산물 값에 농어민, 소비자, 상인 할 것 없이 웃음보다는 근심을 더 입에 달고 산다. 추석을 일주일 앞둔 지난 23일 충북 청주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육거리시장을 찾았다.

이날 육거리시장은 먹을거리를 파는 업소 몇 곳을 제외하곤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를 보였다.

아직 일주일이 남았다지만 명절 대목이라 해도 좋은 시기인데 오가는 시민들은 생각보다 적었다. 그나마 시장을 찾은 사람들도 값을 흥정하다가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더 많아보였다.

수년 째 이곳에서 제수용품을 팔고 있다는 권 모(60) 씨는 “경기가 안 좋은 데다 사람들이 마트에 많이 가기 때문에 손님이 많지 않다”며 “시장에서 파는 거의 모든 물건이 마트보다 최대 20%는 더 싼데 그런 점을 많이 알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 씨는 “우리 가게 옆에 주차장이 있다. 다음 주부터 명절 대목 시작이기에 아직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하지만 원래는 차가 밀려야 할 상황인데 지금은 한산하다”며 “점점 인건비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라 직장 다니는 아들이 주말·휴일에는 도와주고 있지만 조만간 가게를 접을 생각이다. 차라리 막노동을 하는 게 낫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30년 째 과일과 생선 좌판을 하고 있는 장 모(65·여) 씨도 “매상이 작년의 절반도 안 된다. 사람들이 오기는 해도 와서 보면 비싸다고만 할 뿐 사가질 않는다”고 전한 뒤 “경기가 안 좋은 데다 시장이 더 싼데 젊은 사람들은 그런 것 생각 안 하고 마트에서 카드로 긁는 소비를 하니 우리 같은 사람들은 장사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근처에서 과일을 파는 박 모(55·여) 씨도 거든다.

“불경기야 뭐 하루 이틀 일도 아니니 그런가보다 하지만 태풍 때문에 과일 값이 천정부지라고 하도 언론에서 떠드니까 사람들이 오긴 해도 잘 사지 않는다”는 박 씨가 사과 바구니를 들어 보이며 “과일 가격이 그렇게 오르지 않았다. 일찍 수확하고 하는 통에 품질이 좀 떨어져서 그렇지, 알은 좀 작아도 13개에 1만원인데 이게 비싼 건가”라고 되물었다.

▲ 지난 23일 청주시 육거리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과일 좌판에 놓여진 과일들을 보고 있다.

상인들은 지금의 육거리시장은 예전 같지 않다는 데 입을 모은다.

10년 째 청과물 상회를 운영 중이라는 김 모(55) 씨는 “예전 같으면 이맘때쯤엔 사람이 바글바글했는데 지금은 별로”라며 “물건이 떨어지면 명절 당일에도 와서 사갔는데 그런 풍경은 이제 없다”고 탄식했다.

떡볶이와 어묵 등을 파는 다른 김 모(44·여) 씨도 “장사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시장 풍경이 갈수록 스산해져가는 것 같다.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그나마 사람들이 보이지, 평일에는 상인들만 앉아서 자리를 지킨다”며 “추석이 와도 반갑기 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점점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대한주부클럽연합회청주지부 청주소비자정보센터의 9월 조사에 따르면 배, 사과, 단감, 밤, 대추, 곶감, 참조기 등 추석 성수품 29개 품목을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대형마트 18만5천512원에 SSM은 20만238원인 반면 재래시장은 SSM보다 18.91%, 대형마트보다 12.47% 저렴한 17만4천25원이다.

품목별로는 배(상품, 700g)가 대형마트 5천488원, SSM 4천405원, 재래시장 3천538원이다. 사과(상품, 300g)는 각각 3천755원·3천704원·2천750원, 단감(상품, 200g)은 1천634원·1천493원·1천242원, 밤(국산, 500g)은 5천443원·6천287원·3천209원, 대추(국산, 300g)는 8천568원·9천217원·4천894원, 곶감(국산, 10개 상품)은 1만496원·13천433원·8천371원, 참조기(국산, 25㎝ 정도)는 1천330원·1천108원·1천563원, 한우(산적용 1등급, 100g)는 3천576원·4천328원·2천623원, 송편(1㎏)은 1만625원·9천원·7천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