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동군 서무담당 박은자 씨가 민원을 안내하고 있다.

만성신부전증을 앓는 경찰관 남편을 10여 년 동안 수발하다 자신의 신장을 이식해준 부인이 주변의 칭송을 받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 박은자(52)씨는 충북 영동군 자치행정과에 근무 중인 공무원이다. 서무를 담당하고 있는 박씨는 동료 직원들과 주민들에게 '친절한 은자씨'로 불린다. 민원인 앞에서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는 성실한 근무태도로 생긴 별명이다.

직장에선 항상 밝은 모습이었으나 박씨 가슴엔 그늘이 있었다. 남편인 가선로씨(54·영동서 심천치안센터장)가 10여 년 전부터 만성신부전증 앓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씨는 영동과 대전을 오가며 일주일에 세 번씩 투석치료를 해 왔다.

박씨는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항상 남편의 병수발을 들어야 했는데 민원인을 상대하느라 자신도 피곤했지만 투병중인 남편을 돌보는데 소홀함이 없었다. 병마에 지쳐 웃음을 잃어가던 이들 부부는 우연히 시청을 하게 된 한 TV의 의학 프로그램에서 희망을 찾게 됐다.

남편 가씨가 B형 간염 보균자여서 수술이 불가능한 줄만 알고 신장이식을 포기했던 부부는 병원에 확인을 해 본 결과 비활동성간염 환자의 경우 수술이 가능하다는 희소식을 들었다. 검사 결과 가씨는 다행히 비활동성간염 환자로 판명됐다. 더욱 신기한 것은 혈통이 아닐 경우 신장이식 가능성이 20%도 되지 않는데, 박씨의 신장은 이식이 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부부는 지난 6일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나란히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 경과도 좋아 현재 부부 모두가 전화통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빠르다. '친절한 은자씨'와 민중의 지팡이로 살아온 남편 가씨는 일주일 후 집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박씨는 "지난 10여 년간 만성신부전증으로 힘들어 하던 남편이 건강을 다시 찾게 돼 더 없이 기쁘다"며 "남편과 함께 다시 주민의 품으로 돌아가 남은 공직생활을 주민을 위해 더욱 봉사하겠다"고 했다.

올해 공직 입문 32년째인 박씨는 1984년 심천면사무소에서 근무할 당시 심천파출소에서 잠시 근무를 했던 가씨를 만났다고 한다, 부부사이에는 1남1녀의 자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