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주시니어클럽 '노인돌봄이' 신홍섭 씨(왼쪽)과 이동범 씨가 자신들의 돌봄이 관련 일화들을 들려주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발전하면서 노령인구 또한 증가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연장자’라는 의미의 이 시니어(senior)들은 사회가 변하면서 남은 인생으로서의 ‘여생(餘生)’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제2의 인생기를 만나게 된다.

충북 청주시니어클럽이 이들 시니어들의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시행 중인 노인일자리 사업 중 참여자들이 가장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는 ‘노인돌봄이’에 종사하고 있는 신홍섭(75)·이범동(73·여) 씨를 24일 청주시니어클럽 사무실에서 만났다. ‘노인돌봄이’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을 시니어들이 찾아가 말벗을 해주고 생활도 돌봐주는 사업이다.

신 씨와 이 씨는 올해로 7년 째 노인돌봄이를 하고 있다. 청주시니어클럽이 이 사업을 시작한 이듬해인 2006년부터다. 두 사람 모두 봉사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충북대병원 수술실에서 근무했던 신 씨는 병원 근무 당시에도 환자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많이 했다. 그러다 퇴직 1년 뒤 충북대 학군단 전 연대장에게서 노인돌봄이를 같이 하자는 권유를 받고 시니어클럽의 문을 두드렸다.

이 씨 역시 이곳에 오기 전 충북대병원에서 12년간 자원봉사를 했다. 병원 안내는 물론 급한 환자가 내원했을 때 해당 차트를 찾아서 각 과에 전해주는 등 다양한 일을 했다. 노인돌봄이를 하면서도 봉사를 계속 해오다가 시력 등의 문제로 지난 2월 그만뒀다.

신 씨는 20여 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나니 처음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다. 주유소에서 주유원 노릇도 했지만 ‘내가 할 일이 아니다’ 싶어서 6개월 만에 접었다.

▲ 신홍섭 씨.

“두 달 정도 쉬고 있는데 전 연대장이 권유를 했어요. 뭐냐니까 일자리이긴 한데 봉사활동이나 다름없다고 했죠. 그래서 망설이다 하게 됐는데 예전엔 기초생활수급자만 대상이었어요. 그때 4조였는데 제일 먼 장성동, 미평동 등을 다녔죠. 그때 양생이마을이라고, 교도소에서 나온 노인들이 사는 곳이 있었어요. 그 사람들이 술을 잘 마셔요. 그래서 3년간 술 사들고 쫓아갔죠.”

처음에 대상 노인을 찾아갔을 때는 자기에게 뭘 줄 것이냐는 물음이 먼저 돌아왔다고 한다. 생활 형편도 생각 이상으로 좋지 않았다. 이 씨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대상자를 남편과 어느 공원에서 만났는데 금방이라도 돌아가실 것처럼 건강이 안 좋았어요. 그래서 충북대병원에 입원시켰는데 보호자가 없어서 우리가 보호자 노릇을 했어요. 퇴원 후에도 돌봐주고 시니어클럽을 통해 기름보일러에 넣을 기름도 얻어주고 그랬죠. 음력설에는 식구들을 보낸 후 불러 같이 떡국도 먹어요. 지금은 남편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사이가 됐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찾아요.”

신 씨가 처음 맡은 대상자도 형편은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됐나 싶을 정도로 비참했다고 한다.

“처음엔 그냥 보기만 하고 갔다가 다음부터는 이발을 시키고 식사도 챙겨줬어요. 알고 보니 저와 동갑이고 군대도 같은 시기에 갔다 왔더라고요. 시니어클럽 최초로 그 사람에게 내가 틀니도 해줬어요. 그러면서 살림을 챙겨주고 아주머니도 한 분 소개시켜줘 같이 살고 있어요. 지금은 자기 일을 하면서 잘 살고 있죠.”

이 씨는 앞을 잘 볼 수 없는 대상자를 만나 치료를 하도록 돕고 6·25 참전용사 지원금도 받게 해 준 일화를 소개했다.

“기초수급자로 받는 돈이 들어오면 쓰기 급급해 남편과 내가 사창동의 한 병원으로 데려갔더니 백내장 진단이 나왔어요. 치료비를 구하기 위해 알아보던 중 그 병원 원장님이 남편을 붙들고 물었대요. 노인이 비슷한 연배의 노인을 데려오니까 이상했나보죠. 그 원장님이 내용을 들으시더니 그런 좋은 일을 하시냐며 무료로 시술해주셨어요. 또 이 사람이 알고 보니 6·25 참전수당 대상자인데 못 받고 있었어요. 다행히 군번은 기억하더라고요. 그래서 병무청에 문의해 수당을 받게 하고 시니어클럽을 통해 TV도 받게 해줬어요. 그런데 2년 뒤 돌아가셨죠. 지금은 그 아내를 독거노인으로 등록해 관리중입니다.”

▲ 이범동 씨.

이들은 노인돌봄이를 하면서 보람보다는 가슴이 아플 때가 더 많다고 입을 모은다.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대상자와 3년을 같이 있다가 건강이 너무 안 좋아 할 수 없이 김천에 있는 시설에 보낸 적이 있어요. 지금도 같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보람보다는 마음이 찡해요. 형편, 건강 모두 안 좋은 사람들이다보니 끝이 안 좋은 경우가 많아요.”(신)

그래도 이들은 할 수 있는 한 이 일을 계속 하겠다고 한다. 자신보다 힘들고 어려운 이를 돕는다는, 너무나 교과서적인 행위가 이들에게는 제2의 인생을 구성하는 굳건한 뼈대가 되고 있기 때문이리라.

“제 몸도 그리 건강하다고 할 순 없지만 저보다 힘들어 하는 이들을 돕는 일이라는 점에서 힘이 나요. 시니어클럽에서 노인돌봄이를 하는 분들 모두가 아마 그런 생각일겁니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