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교통사고 가해자"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가해자 입장에서 거액의 보험금을 챙긴 신종 사기수법이 등장했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8일 교통사고를 수차례 낸 뒤 2억여 원의 운전자보험금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보험설계사 이모(43)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공범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친구 사이인 사기 피의자들 중에는 교도관도 포함돼 있었다.

피의자들은 2008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청주 시내의 한적한 도로를 운행하다가 일부러 중앙선을 침범해 맞은편 차량을 들이받았다. 사고를 낸 후 자신이 가해자라며 112에 직접 신고하고 입건된 뒤, 총 6차례에 걸쳐 거액의 운전자 보험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일당들은 월 1만∼2만원의 저렴한 운전자보험에 가입해도 변호사 선임비용, 면허정지 위로금, 벌금 명목 등으로 많은 보험금이 지급되는 점을 노렸는데, 주범 이씨는 무려 9개의 운전자보험에 가입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의 조사과정에서 주범 이씨는 "직접 신고했고 입원한 것은 맞지만 보험금을 받기 위해 고의로 사고를 낸 것은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공범들은 "사고를 내도 보험금이 나온다는 이씨의 말을 듣고 고의로 사고를 냈다"며 혐의를 시인했다고 한다.

사건을 맡은 경찰관은 "조사 당시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사고가 날 곳이 아닌데 마주 오던 차량이 갑자기 중앙선을 침범해 들이받았다"'는 진술내용을 전했다.

한편, 공범 중의 한명인 박모(43)씨는 경찰 출석을 며칠 앞둔 지난달 26일 청주시 상당구 명암동의 한 주차장에서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차량 안에 번개탄을 피워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보험사기범들의 수법이 날로 지능화되고 있으나, 스스로 가해자라고 신고한 다음 입건돼 거액의 보험금을 챙긴 신종 사기수법이 법망에 걸린 것은 처음이다. 특히 사기 피의자 중에 교도관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