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의 9월이 집행부, 시의회 할 것 없이 연일 각종 사안으로 바람 잘 날 없다.

우선 시는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지역을 휩쓸었을 때 외교적 결례 방지와 사전에 정해진 일정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해외 출장을 다녀와 여론과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외유성 출장이라는 비난이 채 가라앉기도 전인 지난 18일엔 충북도가 인사위원회를 열고 업자와 부적절한 금전거래를 가진 시 공무원 5명의 정직 1∼2개월 중징계를 의결했다.

이들은 상당구청 토지 이중보상 사건을 수사 중인 청주지검이 모 업자와 100만∼500만 원의 금전거래를 한 사실을 밝혀내고 청주시에 기관 통보한 공무원들이다.

시는 다음 날 기자회견을 갖고 “성범죄, 향응·금품 수수 등 중대한 비위 공직자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최대의 징계양정을 적용, 고강도 징계 처분함은 물론 소속 직원이 연 2회 이상 비리로 적발되면 상급자까지 연대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뒤늦게 빼든 ‘일벌백계’의 칼날이지만 시 안팎에서는 민선 시장 하에서 도덕 불감증에 빠진 청주시 공직사회가 자정되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들린다.

시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까지 3년 간 비리에 연루돼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35명이다.

연도별로는 2010년 13명, 지난해 7명, 올해 15명이다. 올해는 토지 이중보상 사례가 적발돼 관련 공무원을 검찰에 고발한 결과 2007년부터 2010년까지 8명이 업무 관련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검찰로부터 시에 통보되면서 인원이 늘어났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집행부 뿐 아니라 시의회도 연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상임위원회별로 태풍이 상륙한 시기에 해외 연수를 다녀오느라 비난을 샀던 시의회는 시가 입법예고한 대형마트 관련 조례안 처리에도 늑장 대처, 추석 대목은커녕 올해 시행도 불투명하게 했다는 질책에 시달려야 했다.

게다가 앞서 후반기 원구성에서 ‘감투싸움’으로 마찰을 빚더니 최근엔 기획행정위 소속 의원들이 불출석하며 파행을 빚는 일까지 벌어졌다.

표면상으로는 기획행정위원장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 하지만 후반기 의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일부 의원들이 현 임기중 의장 흔들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재정경제위 소속 박상인 의원이 농수산물도매시장 내 다농이 재경위의 해외연수 때 여행경비를 제공했다고 폭로,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상황도 빚어졌다.

시의회 내부에서조차 “연일 기록 경신”이라며 자조하고 출입 기자들 사이에선 “통합이 결정 된 후에는 요즘 청주시가 가장 재미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지금 와서 사안 별로 잘잘못을 따지자는 건 아니다. 누가 보든 집행부나 시의회 모두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매 사안마다 시기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커질 대로 커지게 놓아둔 뒤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이다.

지금 청주시에는 현안이 산적해있다. 당장 가장 큰 치적으로 평가받는 통합과 관련해 양 지역 주민들의 갈등을 잠재울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지역 중소상인들의 가장 큰 난제인 대형마트·SSM의 영업 규제도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전부가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잘못된 점을 꼬집고 지적하는 것 역시 기자의 본분이다. 하지만 가끔은 일 잘 하는 청주시, 일 잘 하는 시의회라는 타이틀로도 글을 써보고 싶다. 모쪼록 추석을 전후해서는 본래 의무에 충실하고 있는 청주시와 시의회를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