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은 속리산 지역 송이버섯(왼쪽)과 능이버섯.

▶번식 안되던 지난해와 180도 달라

최근 잦은 비와 태풍으로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반면 속리산과 월악산 등 충북 주요 산림에서 자생하는 송이와 야생 버섯은 풍작을 이룰 전망이어서 대조를 보이고 있다.

17일 충북도 농업기술원과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달 태풍과 계속된 습한 날씨, 큰 일교차 때문에 송이를 비롯한 능이·싸리·느타리·밀 등 야생 버섯이 풍작을 보이면서 농민들이 들떠있다.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무덥고 건조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면서 균사 번식이 제대로 되지 않아 채취량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지난해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이다.

보은 산외면 산림부산물채취작목반 회원 12명은 군이 지난 7일 속리산 기슭 군유림 430㏊에서 송이 등 채취를 허가함에 따라 다음달 말까지 송이·능이·싸리버섯 채취에 나설 계획이다.

작목반 관계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일교차가 커지면서 기온이 뚝 떨어지고 버섯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유지돼 야생 버섯이 전례 없는 풍작이며 2∼3일 전부터 송이와 능이도 눈에 띄기 시작해 하루 10㎏ 정도 수확 중이다.

박경화 작목반장은 "속리산 송이는 현장에서 최상품 기준 1㎏이 40만∼50만원 선에 거래 중"이라며 "추석 전 1㎏당 20만원에 거래되던 2010년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제천과 단양 월악산·소백산 인근 8개 마을 주민들도 같은 기간 국유림 564㏊ 등에서 송이·능이·싸리버섯 등 버섯채취에 나섰다.

월악산 자락인 제천시 덕산면 광천리에서 생송이작목반을 운영하는 정의수 씨는 "이달 들어 일부 채취가 시작된 송이는 1㎏당 35만원을 호가하고 싸리·밀버섯 등도 3만5천원~5만원에 거래된다"며 "추석을 앞두고 송이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천시 청풍면 학현마을 김동춘 송이 채취작목반장은 "작년에는 무더위로 버섯구경을 못했는데 올해는 기후 조건이 잘 맞아 야생 버섯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며 "모처럼 맞이하는 야생버섯 대풍"이라고 반겼다.

이 작목반은 해마다 제천시에 300만원 가량을 내고 금수산 주변 국·공유림 970여㏊를 대여, 버섯을 채취하고 있다.

충북도 농업기술원 장후봉 버섯재배팀장은 "지난달 중순부터 최근까지 도내 대부분 지역에서 버섯이 자라기 좋은 습도와 온도(섭씨 15~20도)를 보였다"며 "지난해보다 송이 등 야생버섯 수확량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독우산광대버섯(왼쪽)과 표고버섯.

▶식약청 "검증된 것들만 먹어야 해"

반면 야생 버섯이 풍작을 이루면서 식품의약부안전청은 추석 성묘 등 산행이 많은 이 시기 야생 독버섯을 채취해 먹으면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가 필요하다고 이날 당부했다.

독버섯으로 인한 국내 식중독 환자는 2007년 15명, 2010년 11명, 2011명 6명으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식약청은 올해 고온 다습한 환경이 장기간 지속돼 야생에서 버섯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식중독 예방을 위해서는 검증된 재배 버섯만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서식 중인 버섯은 약 1천600여 종에 이르나 먹을 수 있는 야생 버섯은 송이, 능이, 표고 등 20여 종에 불과하다.

흔히 색깔이 화려하지 않고 원식이 아닌 버섯, 세로로 잘 찢어지는 버섯, 대에 띠가 있는 버섯, 벌레가 먹은 버섯, 은수저가 변색되지 않는 버섯 등은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잘못된 상식이다.

예컨대 맹독성인 독우산광대버섯은 흰색이며 세로로 잘 찢어지고 대에 띠가 있으며 벌레도 잘 먹는다. 반면 식용버섯인 표고버섯 요리에 은수저를 넣으면 변색된다.

독버섯을 먹으면 대개 30분~12시간 안에 두통, 구토, 발진, 메스꺼움 등의 중독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는 즉시 보건소나 119에 신고하고 병·의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먹고 남은 독버섯은 치료에 도움이 되므로 갖고 가는 게 좋다.

구급차가 올 때까지 환자가 경련하지 않고 의식이 있다면 물을 마시게 하고 손가락을 입안에 깊숙이 넣어 토하게 한다.

식약청은 독버섯에 대한 잘못된 상식, 응급조치, 독버섯의 종류와 특성 등의 내용을 담은 '독버섯·독초' 홍보 리플릿을 제작·배포하고 홈페이지(www.kfda.go.kr/fm)에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