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청원군 오송읍 KTX 오송역 인근 밭들이 조경수로 빼곡하다.

충북도가 2010년 개통한 KTX오송역 인근 역세권 등의 개발 과정에서 보상비를 노린 외지인들과 일부 주민들의 꼼수가 기승을 부리는 통에 토지보상가가 높아지며 개발에 더 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10년 9월 당초 동시 개발하려던 오송제2생명과학단지와 역세권을 분리 개발하기로 한 도의 결정이 잘못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본보는 최근 역세권을 찾아 현장 분위기를 알아봤다.

본보가 찾아간 오송 역세권은 ‘분기역’이 위치한 곳이라는 입지 위상과는 달리 한적했다. 농지 곳곳에는 조경수가 빼곡하게 심어져 있고 일명 ‘벌집’이라 불리는 조립식 건물과 원룸 주택 등만 늘어서 있을 뿐 사람 사는 곳다운 활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수많은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랐다. 소나무와 단풍나무, 무궁화는 물론 자두나 배 등 과실수까지 수종도 다양하다. 농사를 짓던 논과 밭에도 나무를 심으면서 마을 전체가 수 백만 그루의 나무에 뒤덮여 거대한 수목원을 방불케 하고 있다.

나무를 너무 촘촘히 심은데다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말라죽은 나무들도 곳곳에 보인다. 이 지역에는 소나무와 무궁화가 수백 그루 이상 심겨졌지만, 제대로 관리조차 안 돼 잡초만 무성히 자라고 있다. 대부분 토지 보상금을 노리고 외지 조경업자들이 5~7년전에 심어놓은 것들이다.

마을 곳곳엔 허술한 조립식 주택들도 우후죽순 들어서 있다. 거주자가 없다 보니 마당엔 잡초가 우거졌고, 수도꼭지에선 물도 나오지 않는다. 보상금을 노리고 급조된 주택이 이 지역에만 100 여채에 달한다.

보상을 노린 벌집과 나무들은 대부분 2006년 오송역 도시개발기구지정 이전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토지보상액 5천억 원 이상 추산

이처럼 보상금을 노린 '꼼수'가 기승을 부리면서 당초 3천억 원 정도로 예상됐던 오송제2산업단지 예정지의 토지 보상액은 5천억 원이 넘을 걸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토지보상을 둘러싼 분쟁이 크게 늘어났고 산업단지 공사는 반년 넘게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 충북 청원군 오송읍 KTX 오송역 인근 밭들이 조경수로 빼곡하다.

이 지역에서 5년 째 살고 있다는 주민 박 모 씨는 조경수들이 대부분 토지보상비를 노리고 심어놓은 나무들이라고 한다.

“1990년대 고속전철 계획이 발표되면서 심어놓은 나무들도 있고 최근에 외지 조경업자들이 보상금 탈 꿍꿍이로 심은 것들도 있고 그래요.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땅을 사서 나무를 심어놓고 건물을 지은 곳도 허다하고요. 건물만 지어놓고 사람이 살지 않는 곳도 있어요. 내가 가서 보니까 수돗물도 안 나오는 곳이 있더라고.”

박 씨는 이런 외지인들 때문에 원주민들이 더 피해를 본다고 말한다.

“토지보상이 실시되면 감정평가가 진행될 테고, 그러면 ‘딱지(토지 분양권)’를 받으며 보상비도 받겠죠. 설령 딱지를 받지 못해도 보상비는 챙겨갈 수 있으니, 그 돈으로 원주민들에게 보상을 더 해주는 게 맞지 않나요?”

역세권 인근에서 부동산 사무실을 운영 중인 공인중개사 임 모 씨는 현재 매매 거래가 안 되는 중이라고 한다.

“공람·공고는 몇 해 전에 다 났기 때문에 지금은 신축 허가 등이 나지 않아요. 나무 심고 조립식 건물 짓고 하던 건 좀 지난 얘기이고, 지금은 개발이 오래 걸릴 것 같으니까 물건도 안 나오는 데다 세종시로 몰리고 하기 때문에 거래가 지지부진하죠.” 

임 씨에 따르면 역세권 토지는 현재 3.3㎡(1평) 당 단독주택용지 400∼450만 원, 상가 등 준주거지역은 700∼800만 원, 일반상업용지는 900∼1천만 원 선으로 시세가 책정돼있다. 2006년 분양된 토지가 지가가 지난해 두 배 이상 급등한 오송생명과학단지와 비슷한 형편이라고 한다.

이 같은 지가 변동을 볼 때 역세권은 과연 충북도의 계획대로 민간개발이 될 수 있을지를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임씨는 전했다. 비용 문제 때문에 분리 개발을 추진했는데 오히려 비용이 더 증가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토지보상비를 4천200억 원 선으로 보고 현재 투자자를 물색 중이지만 이런 외지인 등의 ‘꼼수’ 때문에 최소 5천억 원을 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초까지는 매물이 있었지만 그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기 전인 2003년 이전 것들이에요. 외지 투자자들이 역세권 개발을 기대하고 투자했다가 이게 늦어지니까 금융비용이 부담이 돼 내놓은 것들이죠. 나중에 제값을 받길 원하는 원주민들의 토지를 보상해주려면 최소 10%는 더 줘야 할 겁니다. 건설업체 등 민간에게는 토지보상가 급등이 가장 부정적인 요인이잖아요. 개발하기로 했으면 하루라도 빨리 해야 합니다.”

지난달 말 역세권 개발 철회 요구 서명운동에 돌입한, 오송읍 주민들로 구성된 ‘오송역세권 개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제 개발이고 뭐고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18일까지 충북도와 협상을 끝내지 않으면 이 건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지경부가 그랬어요. 우린 도가 역세권 개발을 하겠다고 해서, 그럼 그렇게 하자고 따랐던 건데 10년을 개발 예정지로 묶어놓고는 지금까지 무엇 하나 해놓은 게 없잖습니까. 거기다 역세권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재산권 행사에 또 제한을 받을 건 불 보듯 뻔한 일 아닌가요.”

외지인들의 ‘벌집’·‘조경수’ 등은 이미 이들에겐 문제도 아니었다.

“우리는 지금 개발을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이만큼 끌어왔으면 힘닿는 데까지 개발을 추진했어야지, 원주민들만 힘들어지고 있어요. 외지인들 나무요? 그런 거 없는 개발 현장이 어디 있습니까. 어디나 가면 있는 것이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토지보상이 실시되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죠. 지금 시급한건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주민들의 재산권을 풀어주느냐 마느냐 입니다.”

▲ 충북 청원군 오송읍 KTX 오송역 인근 풍경. 개발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이 일대는 '분기역' 지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한산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청주로 빠져나오는 길에 다시 한 번 돌아본 역세권은 흐린 날씨 탓인지 한적함을 넘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오송 역세권 개발은 충북도가 2017년까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KTX 오송역 일대(162만㎡)를 바이오가 주제인 의료관광·문화·상업 중심지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도는 지난해 12월 오송 역세권 개발 예정지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 고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