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스텝스톤 제공.

공이 라켓에 맞는 소리도, 경기장 관중들의 환호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집중력이 뛰어나다. 날 때부터 갖지 못했던 청력 대신 타고난 운동신경이 그걸 뒷받침한다.

청각장애(3급)를 딛고 세계 주니어테니스계의 스타로 떠오른 제천동중 1학년 이덕희(13) 군의 이야기다.

이 군은 지난 4일(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에서 열린 2011 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2011 Eddie Herr) 남자 14세부에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로저 페더러(스위스), 앤디 로딕(미국),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도 역대 우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에디 허’는 ‘오렌지보울’과 함께 연령(12·14·16·18) 별로 치러지는 국제 주니어테니스 대회 중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다.

이 군은 이번 에디 허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2회전에서 데이비드 볼프손(캐나다)을 2대 0으로 누른 데 이어 3회전(32강전)에선 작년 오렌지보울 12세부 우승자인 마이클 모(미국)를 2대 1로 꺾었고 16강전에서도 미국의 티아포를 2대 0으로 완파했다. 모두 자신보다 한 살 위인 선수들이다.

이 군은 신백초등학교 5학년이던 2009년 에디 허에 첫 출전, 12세부에 참가해 300여 명을 제치고 단식 4강까지 진출했으며 지난해 12월엔 결승전까지 7경기에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플레이로 벽한 우승을 차지했다.

▲ 사진은 스텝스톤 제공.

이 군의 테니스 실력은 국내 또래 선수들 중엔 적수가 없다고 전문가들이 평한다. 키(164㎝)도 친구들보다 한 뼘 정도 크다.

이 군은 지난 7월 중국 다롄에서 열린 국제주니어테니스대회 32강전에서 주니어 랭킹 925위인 중국의 후이톈샹을 꺾고 한국 테니스 사상 최연소로 국제테니스연맹(ITF) 주니어랭킹 1천6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지난 8월 체코에서 열린 14세 이하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단체전에 국가대표로 출전, 한국의 우승에 한 몫을 한 결과 현재 세계랭킹은 730위로 올랐다.

이 군은 지난 2월 7일 스포츠 전문 마케팅 회사 스텝스톤과 6년 기간의 매니지먼트 계약을 했다. 스텝스톤은 중학교 3년 간은 국제 주니어대회에 두루 출전하도록 하고 고등학교 1학년 때는 남자프로테니스(ATP) 랭킹 포인트를 쌓을 수 있게 국제대회 출전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어 2학년 때부터는 ATP 투어에 나서도록 하는 등 6년 간 이 군에게 집중 투자, 세계 정상급 선수로 키울 방침이다.

스텝스톤 오승택 이사는 “이 군의 발전 가능성은 무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조만간 외국인 전담 코치를 선임, 특별지도하고 올 하반기 스페인 테니스아카데미에 유학을 보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