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도 농업기술원은 도내 농가에서 생산되는 28개 고추품종에 대한 '캡사이신' 함량 분석 및 소비자 반응을 통해 등급기준을 설정했다고 7일 밝혔다.

매운 맛을 내는 대표적인 식물이 고추다. 그러나 고추의 매운 맛에도 차이가 있다. 매운 고추의 대명사가 된 청양고추라고해도 덜 맵고, 더 매울 수가 있는데, 동일 품종의 고추지만 재배 환경에 따라 매운 정도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고추의 품종은 약 200여 가지나 된다. 이들 중 주로 소비되는 품종은 약 20~30여 가지다. 그런데 보통매운맛, 순하게 매운맛 알싸하게 매운맛, 칼칼한 맛 등으로 입맛에 따라 애매하게 표현되던 매운맛에 대한 차이를 표준화한 등급이 마련됐다.

충북도 농업기술원은 도내 농가에서 생산되는 28개 고추품종에 대한 '캡사이신' 함량 분석 및 소비자 반응을 통해 등급기준을 설정했다고 7일 밝혔다. 소비자가 입맛에 맞는 고춧가루를 선택할 수 있는 매운맛 등급기준이 생긴 것이다.

매운맛 등급은 콩나물국이나 떡볶이 등에 같은 함량의 고춧가루를 넣고 조리한 음식을 시식하게 한 후 소비자들의 반응에 따라 분류했다는데, 기계적 측정이 아닌 직접 소비자가 맛을 테스트하고 등급을 정한 측정방식이 신선하다. 5단계로 나눈 매운맛 등급은 '아주 순한 맛' '순한 맛' '보통 맛' '매운 맛' '아주 매운맛' 등 5개 단계로 나뉜다.

▲ 충북농업기술원 김상희 식품개발팀장

아주 순한 맛의 경우 고춧가루 100g당 캡사이신 함량이 20㎎이하며 아주 매운 맛은 101㎎ 이상이라고 한다. 이번 매운맛 등급으로 농가에서는 소비자 선호도에 따라 품종별 고추재배 면적을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매했던 매운 맛의 등급을 정해 준 남자인 고추 맛 ‘애정남’으로 유명해진 농업기술원 김상희 식품개발팀장은 "가공업체에 기술 이전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맞춤형 고춧가루를 생산하고, 상표명 및 포장디자인 개발로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 알면 더 맛 나는 고추 이야기

우리의 밥상에 빠지지 않는 고추는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다년생 식물이다. 겨울을 나야하는 우리나라에서는 한해살이 식물로 살고 있는데. 담배가 들어온 시기와 비슷한 17세기 초에 전래되었다고 한다. 고추가 없이는 반찬을 만들 수 없게 되었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불과 300 여년 정도 밖에 안 된 작물이다.

고추의 매운 성분은 알칼로이드의 일종인 캡사이신(Capsaicin)인데 중독성이 강하다. 실제로 음식에 수저를 올리기 전에 무조건 고춧가루부터 뿌리는 고추 매니아도 흔하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고추 품종에 비해 우리나라 고추 품종의 매운 성분은 1/3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색소는 거의 2배, 비타민C 함유량도 사과의 25배, 그리고 단맛 성분이 매운맛에 비해 1.2~1.5배 정도 많다. 이러한 품종 변화는 토질과 기후에 의한 것이다.

고추는 국내에서 쌀 다음으로 치는 중요한 농산물이다. 연간 마른고추 생산량은 150-200만 톤으로 국민 한사람 당 연간 고추소비량은 4kg에 달한다. 생야채로 소비하는 풋고추나 홍고추의 소비량은 별도로 친 수치이니 한국인의 고추사랑이 엄청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고추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은 0.2∼0.4% 정도의 미량에 불과하지만 화끈하게 매운 맛을 낸다. 이 고추의 매운맛은 입안과 혀를 자극하는데, 입안이 타는 것처럼 느껴지는 까닭에 서양에서는 맵다는 표현을 뜨겁다는 핫(HOT)과 같이 쓴다.

한방에서는 고추 열매를 번초(蕃椒) 또는 당신(唐辛)이라고 하여 열매를 달인 물에다 동상에 걸린 곳을 씻어 동상의 치료나 예방에 쓴다. 고춧가루를 신발이나 양말 안에 넣어 피가 잘 통하게 하며 신경통이나 근육통의 치료제로 이용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