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영업시간 등을 규제하기 위한 세 번째 조례 개정 작업에 착수했으나 연말에나 시행될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중소상인들의 한숨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9일 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7일 '청주시 대규모 점포 등의 등록제한 및 조정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시는 이번 개정안에서 두 가지를 기존 조례와 달리 해 대형마트들의 '역습'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 휴업일 지정에 대해 '구체적인 사항은 시장이 정한다'는 조항을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의견을 들어 시장이 결정한 뒤 시민이 알도록 공고한다'로 바꿨다.

또 하나는 시설 개선 등 대형마트에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의무 휴업일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는 조항 신설이다.

시는 앞서 지난 4월 이 조례를 전문 개정하고 7월에 일부 개정, 이에 근거해 매월 둘째ㆍ넷째 일요일에 문을 닫고 평일에도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영업을 하지 말도록 행정처분했으나 대형마트들은 조례 문구와 시행 절차를 문제 삼아 소송으로 맞서왔다.

결국 시내 24개 대형마트와 SSM은 두 번 모두 법원의 행정처분 효력 집행정지 결정을 이끌어냈으며 현재 주말에도 영업 중이다.

시는 다음 달 시의회 임시회에 이번 조례안을 제출하고, 대형마트들이 행정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제기한 본안소송(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 소송)과 관계없이 연말에 이전과 같은 내용으로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그렇지만 입법 예고, 의회 가결, 공포,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이 조례안이 시행되려면 연말이나 돼야 한다. 여기에 대형마트 측이 조례안에 꼬투리를 잡고 나선다면 자칫 시행 시기가 내년 초까지로 미뤄질 수 있다.

대형마트들의 상품 불매운동을 추진 중인 중소상인들은 지난달 1일 대형마트 규제 행정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법원 판결이 나온 뒤 "한 두 달만 견디면 새 조례가 마련될 것"이라며 지켜보고 있지만 조례 시행 시기가 생각보다 늦어지자 초조해하는 분위기다.

청주슈퍼마켓협동조합 최익완 상무는 "대형마트 주말영업으로 인근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영업을 규제하는 행정처분이 나오기 전이라도 대형마트가 '상생'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의무휴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호 충북상인연합회 회장은 "무더위가 풀리고 난 뒤 장사가 웬만큼 되고 있는데 당장 추석 대목 때부터 손님들을 대형마트에 빼앗길까봐 걱정"이라며 "대형마트가 골목상권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데 너무 한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행정처분의 효력이 또 정지되지 않도록 조례 개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조례를 공포하고 다시 한 번 행정처분을 하기 전, 한 달에 걸쳐 대형마트 등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내용을 공고할 것"이라고 말했다.